지금으로부터 21년전 대학진학에 실패하고 참담한 심경으로 입시학원에
다닐때였다. 6월 중순께 고등학교 선배라는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전갈이
왔다. 동창생 6명은 처음에 그 선배가 대학에 진학한 줄로만 알았다.
학원 옥상에서 우리는 첫 대면을 하였다. 그러나 그 선배가 4수를 하고
있는 같은 학원생일 줄이야 꿈에도 생각못했던 것이다. 어쨋든 우리의
끈질긴 만남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후로 우리는 한달에 한번 정도는 만났다. 재수생으로서 겪는 애환을
나누고 학업성과에 대한 조언도 하며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았다. 그 결과 4수를 하던 선배와 우리는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즐거움을 같이 맛보게 되었다. 그 당시 유명했던 명동의 OB
캐빈에서 생맥주 500cc로 자축연을 갖기도 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재수했던 추억과 동료애를 바탕으로 한달에
한두번씩 자주 만나 어울렸다. 그러다 73년 6월에 우리는 모임을 의미있는
것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재수하고 있는 후배를 우리가 지도하기로 한
것이다. 모임의 명칭을 "경영회"라 하고 정기 모임을 갖기 시작하였다.
경영회란 경희고교에서 "경"을 우리가 다녔던 양영학원에서 "영"을 따와
만들었다.

우리는 한달에 한번은 학원에 찾아가 후배를 격려하고 그들의 학업성적과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하기 시작하였다. 마음 둘곳 없는 후배들은 우리를
따랐다. 후배들의 성적이 떨어져 회초리를 들었던 일도 있었다. 현재는
학원에서 재수하는 후배는 누구나 지도대상이 될수 있도록 학원을
확대하였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전통은 이어져오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매주 만나 격렬한 토론을 벌이고 방학때는 심신단련을 위해
설악산이나 제주도등 산과 바다를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한 우리는 경영회의 선배라는 뜻을 지닌 "경선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그 멤버로는 2년 선배인 박천범(해태전자 자금부장)
곽재원(세화섬유 관리부장) 1년 후배인 박영순(박영순 안과원장) 2년
후배인 배수한(삼성코닝 과장) 3년 후배인 임재영(현대건설 과장)
김정한(대우 미안마 지점장) 5년 후배인 백동관(공인회계사) 한충일(한충일
치과원장) 이호영(사무관) 그리고 필자등이 있다.

우리들은 지금도 매분기 1회정도 돌아가며 집으로 초대해 서로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각분야에서 자기자리를 지키며 건전한 역할을 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즐거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1년에 한번은
"경영인의 밤"에 참가,대학에 재학중인 후배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대학입시제도가 바뀌어 재수생이 사라질때까지는 경영회는 계속 존재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