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증가율도 목표안에서 관리하고 금리도 안정시키려는 통화정책의
"두마리토끼잡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달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지않는한 자칫하면 물거품이 될 우려도 제기되고있다.

한은이 4일 발표한 "5월중 통화동향과 6월계획"은 올들어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돼온 통화지키기와 금리잡기가 위협받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일단 숫자로 나타난 통화관리실적에서 이같은 양상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5월통화증가률은 18.7%(평균잔액기준)로 한은이 내부적으로 정했던 목표치
18%를 넘어섰다. 게다가 금리동향을 보면 회사채수익률은 4월말 11.3%에서
5월말 11.7%로 0.4%포인트,통안증권수익율은 같은기간 11.1%에서 11.41%로
0.31%포인트,콜금리는 10.95%에서 12.13%로 1.18%포인트 올랐다. 금리를
잡기위해 통화를 여유있게 풀었는데도 "목표초과"라는 희생만 치른채
금리는 통화당국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일제히 올라버린 꼴이다.

이는 5월중 재정과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이 예상보다 컸고 민간여신도
솔솔이 늘어 한은이 월 후반부터 통화를 죄기 시작한데 따른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재정과 해외부문의 통화증발이다.

재정은 정부의 신경제1백일계획에 따라 조기집행되면서 통화당국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월중한때 재정이 2조2천억원(순집행)이
늘어 작년 5월 같은시점보다 5천억~6천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재정방출은
한은의 통제권밖에 있다. 김명호한은총재도 재정에 따른 통화증발과
관련,"한은이 총을 차고있지만 실탄이 없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5월말에 세금(재정의 세입)이 당초 예상보다
5천억~6천억원 많이 걷혀 "재정때문에 울어야 했던 한은이 월말에는
재정때문에 웃는"상황이 발생했다. 월말에 세금이 많이 걷히면 말잔기준
통화증가율이 낮아져 6월통화관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5월내내
찌푸려졌던 김영대한은자금부장의 얼굴이 월말에 펴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달이다. 재정조기집행이 이달에 오히려 본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정부가 하반기에 몰리는 재정을
경제활성화차원에서 상반기에 당겨서 풀기로 한데 따라 상반기말인 이달에
상당부분이 집행될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아직 뚜렷이 회복되는 조짐은 보이지않아
수요면에서의 압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게 한은의 추정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일수 있다. 지난달말부터 은행당좌대월이
늘어나는등 기업의 자금수요가 꿈틀대고 투자도 3.4분기부터는 기지개를
켤것으로 전망돼 이를 대비한 자금수요가 생길 공산이 크다. 재정과
해외부문은 물론 민간쪽도 안심하기어렵다는 얘기다.

한은이 이달 통화증가율을 연간 통화증가율보다 2%포인트 높은 19%로
올려잡아놓았지만 통화증가율과 금리 모두를 지키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는것도 이때문이다.

통화관리가 어려워질경우 통제가능한 민간여신쪽을 죌 공산이 커 이달
자금사정은 그다지 좋지않을것이라는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