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임은 회장도 없고 회칙도 없고 정기적인 회비도 없다. 아무런
규정이 없어도 우리는 오랫동안 이 모임을 지속해 왔고 언제라도 쉽게
모일수 있는 돈독한 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임의 특징이라면 전공과 직업이 모두 같고,사무실도 대부분
충무로근처에 있어서 점심시간도 모임시간이 될수 있다는 점이다.

10여년전 각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녁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더하던
때가 있었고 그때 나이가 비슷한 다섯명이 자연스럽게 친밀해졌다. 모임의
결정적인 계기는 마지막으로 결혼한 필자의 결혼식 전날 "함"사건(?)이후로
완전한 모임이 출발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모임은 다섯쌍의 부부와 자녀9명해서 모두 19명이다. 아이들도
어릴적부터 만나오는터라 어른들 못지않는 친밀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또다른 보람이다.

한달에 한두번씩 우리는 주말을 기해 사진촬영을 나간다. 광고장이들이라
카메라솜씨들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자연과 어우러져 노는 아이들을
멋진앵글로 잡아내고 나중에 서로 사진을 교환하며 품평회를 갖기도 한다.

회원중에 제일 먼저 결혼을 했고 신혼생활중에 우리의 자주 초대해서
노총각들을 자극했던 김경식씨와 그의 캠퍼스커플인 임순재씨는 지금
다정이라는 예쁜딸과 형두라는 개구장이 아들 남매를 두고 있고 광고회사
고려기획의 실장으로 충무로의 터줏대감이다.

자가용이 흔치않던 시절에 포니를 끌고 다니며 뽐내던 안정국씨는 하얀색
턱시도를 입고 기악과 출신의 피아니스트 박민정씨와 결혼해서 딸 경회와
터프한 아들 상효를 두었다. 충무로에서 "디자인메이트"를 운영하는 그는
40대 전원생활을 꿈꾸며 서해바닷가에 집을 짓고있다.

두뇌회전이 빨라 남보다 앞선 생각으로 좌중을 홀리던 문강환씨는
효부라고 소문난 부인 유영하씨와의 사이에 금지,금주라는 딸 둘이 있는데
효부상 대상결승까지 올랐다가 아들을 못 낳아서 탈락되었다는 루모(?)도
있다. 그도 충무로에서 "콤비콤"이라는 기획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박찬익씨는 얼굴이 잘생겨서인지 질투섞인 별명이 "고구마"이다.
그특유의 유머와 소탈한 매너에 반해서 결혼했다는 이옥임씨는 무요아과
출신의 전형적인 미인이다. 선영 준희 두딸의 딸딸이 아빠면서 아직도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있는 그는 레이스제조회사인 창성텍스타일을 경영하고
있는데 중국에 현지공장설립건으로 바빠 자주 만나기가 어렵다.

이렇게 열여섯명과 필자와 아내 김정아 딸 윤아까지 모두 열하홉인데
돌아가면서 집에서 모일 때는 대식구라 그집안이 전쟁터가 되고 쑥밭이
된다.

또 하나의 문제라면 안식구들끼리 너무 잘 통해서 남자들만의 비밀이 그
다음날이면 몽땅 들통이 나서 매우 곤혹스럽다는 점이다.

좀더 세월이 지난후에 부부동반으로 세계일주를 한번 해보려고 계획하고
있다.

혹시 우리중에 사돈이 되는 겹인연을 만들 사람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