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9일 산하 14개 계열사의 매각.합병을 통해 현재 48개에 달하는
그룹계열사를 34개사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며칠전 현대그룹이
8개계열사의 분리독립.합병계획을 밝힌바 있고 공기업인 포철이 96년까지
9개 자회사의 통폐합을 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그밖에 럭키금성 대우
한진 선경등 다른 대기업그룹도 계열사정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력집중완화 소유분산을 위한 계열사정리는 우리 국민경제의 해묵은
과제다. 특기할것은 그동안 대기업그룹들의 반발로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처음으로 기업그룹에 의해 자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우리는 이같은 대기업그룹의 잇단 계열사정리움직임에
대해 업종전문화를 위한 계열사통합의 자율적 추진을 내외에 다짐했던
지난8일의 전경련회장단 성명을 빈 말뿐이 아닌 실제행동으로 옮기려는
것이라는 평가를 부여하고 싶다.

계열사정리는 대기업의 분리.분산.해체나 문어발자르기 혹은 통합이라는
단순한 규모의 축소조정 차원에서만 보아서는 안된다. 그 중요한 의미는
치열한 국제경쟁이 수반되는 개방화시대에 우리 경제를 살아 남게할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시급히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대기업그룹의 구조혁신이
시작됐다는 데서 찾아야 하는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그동안 정부주도로 추진된 경제개발의 견인차로
수출과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위해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러나 반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의 과점적 축적과 가족지배를
통한 문어발식 사업겸영은 경제적효율성을 저해하고 있고 또 부의
형평화라는 시대적 요청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을 논외로 하고서도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도 낙오하지 않는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기업그룹이 지금까지 지녀온 잘못된 체질과 구조를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는 그런 과제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열사정리는 국민경제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매크로적
관점뿐아니라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대기업들에 활로개척이 될
자기혁신의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

비대화된 대기업의 계열화해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19세기이래 기업은 크면 클수록 좋다는 대기업신화가 무너지고 있는게 요즘
세계적인 경향이다. 미국의 성장기업의 대표였던 IBM,GM등에서 하고 있는
산하기업의 분리,인원.기구축소.코스트삭감등 대기업병에 수술을 가하는
조직 구조의 개편은 바로 그런 경향을 상징한것이다.

새정부가 신경제건설의 일환으로 추진하고있는 경제력집중완화와
업종전문화를 내건 대기업정책도 그런 시각에서 이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계열화정리가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기업체질의 강화를 통해
우리경제의 국제경쟁력강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