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의 줄거리는 우리나라가 중공업육성 시대의 문턱을 막 들어서는
순간의 이야기이다. 내가 중공업육성에 합류하게 된 것은 70년 이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전의 이야기는 공업정책면에서 상공부 동료들이 애썼던
내용이 된다.

우선 전자공업쪽부터 보자.

지금 우리세대는 전자공업 시대에 살고 있다. 전자공업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조차하기 힘들다. 라디오 TV VTR 오디오 전화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라. 심지어 세탁기 시계 카메라에도 전자 장치가
붙어있다. 전자장치가 고장나면 전기도 끊어지고 수돗물도 안 나오게
된다. 비행기도 뜰수가 없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의 발행은 완전히
전자과학의 덕분이다. 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소식들이 분 초를 다투어
가며 전자매체를 통해 속속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장치가 없다면
외국에서 뉴스가 들어오는데 몇달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 신문은 "작년에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식으로 쓸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의
암흑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세대는 전자공업의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전자공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독자들은
"개념은 대충 잡고 있으나"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묘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인간은 수백만년을 살아오면서 많은 발견과 발명을 해 왔다.
그리고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하면 큰 변혁이 일어났다.

사람이 불을 발견해서 동물과 구분이 되었고 금속제조법을 발명해서
야만인과 구분되었으며 화약과 총기를 발명해서 강대국과 약소국으로
갈라졌으며 원자력을 발명하여 동과 서로 나누어 놓았다. 오늘날은
전자과학발달로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물적산업과 지적산업(정보산업포함)으로도 갈라 놓고 있다. 앞으로는
"힘"이 센 나라보다 "머리"가 좋은 나라가 강자가 되는 시대가 될것이다.

이러한 대변혁은 순전히 전자과학이 만들어 내는 조화이다.

비교적 최근에 시작된 전자공업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자.

전자공업이란 "전자공학과 전자기술에 관한 공업"이라고 나온다. 참으로
이상한 분류방법이 최초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화학공업은 화학물질을
제조하는 공업이요,섬유공업은 섬유에 관한 공업이며 금속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물체가 있다. 그런데 전자공업의 정의에는 물건이 언급되지 않는다.
"학문과 기술"만이 표시된다. 다시 말하면 전자공업은 어떤 물체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전자"의 오묘한 작용을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할수
있게끔 장치를 만들어 내는 공업이다. 이렇게 되니 "전자공업이란
무엇이냐"고 다시 물으면 구름 잡는 이야기 같이 되어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힘들어 진다. 그러나 간단한 답이 마련되어 있다.

전자공업이란 "진공관이나 반도체를 사용해서 제품화하는 공업"이라고
하면 그 뜻이 명확해 진다.
정확한 답이 된다.

진공관이 발명된 것은 1906년이니 20세기부터 시작된 공업이다. 산업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 미국에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된 후로 잡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진공관이란 것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싸고 수명이 짧았던 것이다. 따라서
진공관을 이용한 공업은 큰 산업분야가 되는 단계로까지는 발전을 못했다.
그래서 주로 통신기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통신공업의 한분야에 머무를수
밖에 없었다.

세계 2차대전은 전파전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전자과학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역할까지 했는데 통신분야에 속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파라는 표현을 쓰게 된것이다.

세계2차 대전이 끝나고 48년에 미국벨연구소에서 "트랜지스터"의 원리가
발명되어 50년에 실용화 되기 시작하였다. 즉 "진공관시대"가
"트랜지스터시대"로 바뀌는 대변혁이 시작된 것이다. "진공관"의 모든
결점은 트랜지스터가 해결해 주었다. 특히 트랜지스터는 거대하고 복잡한
전자계산기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근원이 되었다. 충분히 소형화되고
안정화된 전자계산기는 당초의 주사용 목적이던 군용이라는 특수용도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 사무실, 심지어 가정주부까지 사용할수 있게 된 것이다.

50년대이후의 전자공업은 라디오나 TV등 가정용기기의 보급과 동시에
마이크로파통신 전자현미경 자동제어기및 전자계산기의 놀랄만한 보급을
가져왔다. 이들을 망라한 전자공업은 석유화학공업과 더불어 20세기후반의
기술혁신을 대표하는 인기산업의 하나가 되었다.

특히 6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전자계산기의 제조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전자공업이 정보산업을 뒷받침하기에 이르렀다. 69년의 아폴로우주선에
의한 달표면 착륙도 전자공업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해졌다.

전자공업은 <>주로 가정에서 사용되는 가정용 전자기기<>통신 자동제어
의료시설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전자기기및<>이들에 필요한 전자부품공업의
3가지로 대별할수 있다.

<도표참조>
우리나라는 60년 초까지는 전자공업의 불모지였다.

그리고 60년대 중반에 가서야 전자공업을 시작하려고 몸부림쳤다.
전자공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것은 70년 중반께였다. 즉
60년대초까지 우리나라의 전자공업은 공업적으로는 보잘것 없었다. 다만
통신기기의 발달로 일반 시민들과의 관계는 꽤 친숙해져 가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이때까지는 전자제품과 소비자와의 관계뿐이다.

그 다음 단계인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가 우리나라 전자공업의
개척시대이다.

그후는 중화학공업개발 시대로 이어진다. 전자공업은 중화학공업의 6대
산업부문중의 하나가 된다. 이때는 중화학공업추진정책 밑에서 집중적으로
육성되어 가는 단계였다.

필자는 이 장에서는 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는 "전자공업 개척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선 60년까지의 우리나라 실정을 간단히 설명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이때까지 전자공업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전자공업은 세계적으로도 막 시작된 최신산업이라는
점과 우리나라에는 생소하기 짝이 없는 분야였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60년까지는 전자제품을 거의 수입해다 썼다. 그러나 시장은 차차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 시대에 따라 상품도 달라진다. 이런 시대적
변천을 좀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평범한 시민을 대상으로 설명하는것이
이해하기 쉬울것 같다. 그렇다면 시민,즉 소비자를 누구로 할 것이냐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필자 자신을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내가 경험한
일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별수 없지 않은가.

1930년대부터 1960년까지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