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한 3단계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계획은 앞으로 5년동안 우리나라
금융및 외환시장이 국제금융시장과 상당부분 통합된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외환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는 선진국형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정착되며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값싼 자금을 조달하고 외국자본도 별다른
제한없이 국내에 들어올수 있게 된다.
자본이동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면서 국내외금융시장의 구별이 적어지는등
자본의 무국경시대가 본격도래 한다는 얘기다. 이는 바꿔말해 환율및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정부의 독자성이 크게 제한받는다는 것과도 통한다.
3단계 금융개방계획은 그동안 통상마찰의 현안이 돼왔던 굵직굵직한
과제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채권시장조기개방,외국인직접투자자유화,상업차관도입허용,연지급(외상)
수입기간확대,외환포지션한도확대,원화국제화등이
주요골자다. 이같은 내용의 특징은 외환자유화의 완결과 자본거래자유화의
본격 추진이라는데 있다.
"외환거래자유화 기반조성"에 초점을 맞춰 지난 4월부터 시행하고있는
1,2단계 금융개방화는 질적으로 다르고 따라서 그만큼 충격이 클수 밖에
없다.
정부가 이처럼 개방에 따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임을 인식하면서도 대담한
개방계획을 짠 것은 국제화시대에 국내금융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외부충격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경제5개년
계획기간동안 금융개혁이 착실히 이루어질 경우 개방은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도 보여준 것이라고 할수 있다.
당초 3단계개방안을 마련할때
국제수지흑자지속,내외금리차해소,물가안정등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개방안이 얼마나 과감한 것인지를 알수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올 연말까지 체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우루과이라운드(UR)서비스협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96년께로 예정돼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위한 분위기를 가꾸겠다는 의도도
엿보인것으로 해석할수 도 있다.
어차피 치를 홍역이라면 가급적 빨리 자발적으로 대응하는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면역성을 키울수 있다는게 정부의 생각이다.
더욱이 외환및 자본자유화에 이점이 전혀 없는게 아니다.
기업은 신용만 있으면 해외에서 값싼 자금을 얼마든지 끌어 쓸수
있게된다. 고질적인 고금리의 굴레에서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계기가 될수도 있고 저금리가 정착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원화국제화도 긍정적요소가 많다. 수출입거래에 원화결제가 확대되면
기업의 외환수요가 줄어들고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위험도 감소하게 된다.
원화가 국제통화로 기능하면 그만큼 우리경제의 신인도가 높아지는
외부효과도 기대됨은 물론이다.
선진금융기법의 도입으로 금융산업발전이 앞당겨질수도 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선물 옵션거래가 정착되면 금리및 환율자유화등에 따르는
위험(리스크)을 관리할수 있게되고 금융자율화로 인한 금융시장불안정성을
상당부분 해소할수 있게된다.
그러나 금융개방은 우리금융시장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우선 통화정책이 외부충격에 쉽게 노출된다. 우리나라 금리가
국제금융시장금리보다 7~8%포인트나 높은 상태에서 자본거래의 장벽이
터지면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올게 뻔하다. 이는 곧바로
국내금융시장에서의 통화공급확대로 직결된다. 적정수준의 통화증가를
유지(억제)하기 위해서는 국내부문 통화공급을 줄여야 하고 이렇게 되면
경제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이 수출입에 따른 무역수지에 관계없이 결정돼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 무역수지는 적자인데 해외자본유입이 많으면 환율은
떨어지고(원화가치상승)수출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수도있기 때문이다.
자본유입이 지나치면 경상수지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게 된다는
설명이다.
단기성투기자금(핫머니)의 잦은 유출입도 문제다. 핫머니는 국내경기가
좋을 때는 과다유입돼 경기를 더욱 과열시키고 나쁠땐 썰물처럼 빠져나가
불황의 골을 깊게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국내경제의 불안정성을 크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허용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이같은 문제점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금융개방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실례이다.
이런점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본거래자유화-
그경험과 쟁점"이란 보고서는 매우 시사적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90년
현재 자본거래자유화를 이룩한 나라는 선진국에서도 미국 일본등 9개국에
지나지 않고 남미국가들은 자본자유화시도에 실패,경제를 구렁텅이로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자본자유화는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컨대 3단계 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정책은 앞으로 외환및 자본자유화의
이점을 극대화화고 부작용은 최소화할수 있는 "구체적인 틀"을
마련해야한다는 과제를 남겨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