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 어둡다. 이에 따라 차량의 급속한 증가
와 함께 야간 교통사고 위험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당국의 대책은 전무
상태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백75개의 간선도로 가운데 2백32곳의 가로등
밝기가 10~15룩스에 그쳐 국제규격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몰론 교통사고 위
험이 높다고 보고 90~95년에 이들 모두의 조도를 20룩스 이상으로 끌어올린
다는 계획을 지난 89년 세웠다는 것이다.
시는 또 93년부터는 20룩스라는 기준 자체가 야간에 안전운행을 하기에 부
족하다고 보고 한국공업규격 그대로 폭 20m 이상 도로에는 30룩스짜리 가로
등으로 교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는 그러나 가로등 개량 중기계획의 4차연도인 올해의 경우 목표인 27개
노선 39.9km(가로등 2천2백57개)의 30.4%(가로등수 기준)인 7개 노선 13.5
km(가로등 6백85개)밖에 사업을 시행하지 못하는 등 추진율이 목표의 절반
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등포구 버드나룻길, 동작구 상도동길, 북악산길 등 12개노선
가로등(4백18개)의 경우는 밝기가 10룩스 정도로 후진국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구식 수은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대표적인 교통사고 다발지구로 꼽
히고 있다.
더욱이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사당동~과천 남태령길의 경우 서울 구간에서
30룩스를 유지하던 가로등이 과천시 구간에 들어서자마자 심하게 침침해져
운전자의 혼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경인고속국도의 경우는 양천구
신월도 구간에 촘촘히 설치된 가로등이 시계를 넘어 경기도구간에 들어서면
없어져 운전자들은 느닷없이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위험을 겪는다.
교통 전문가들은 "교통사고에 따른 인명손실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1개당
1백20만원꼴인 가로등 교체비용에 비해 훨씬 크다는 점이 예산배정단계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