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외채에 짓눌려 있던 중남미각국이 시장경제로의 발빠른 변신을
모색하며 성장을 향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미주개발은행(IDB)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의 작년 평균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6%로 91년의 3.2%에 이어 2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수출을 늘린다는 이른바 "아시아형 성장모델"을
채택했던 칠레의 경우 작년 실질GDP성장률이 26%에 이르는등 9년 연속
성장세를 과시함으로써 "라틴아메리카의 타이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공업화의 진전으로 지난91년 이지역 전체수출액중에서 공산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에 달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등 3국은 역내
공산품 수출입의 80%를 점하고있다.

중남미 각국은 또 90년대 들어 긴축등 경제구조조정을 계속,아르헨티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89년 3천79%에서 지난91년엔 1백72%,브라질은
2천9백38%에서 4백41%로 급감하는등 고질적인 인플레가 점차
수그러들고있다.

중남미국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외채부담도 많이 덜었다.

라틴아메리카 전체경제의 안정도를 측정하는 수출대비총외채규모는 작년에
2백82%를 기록,91년의 2백90%보다 8%포인트 낮아졌다. 지난80년대 중반
3백59%에 비하면 엄청난 호전이다.

중남미국가들이 최근 이처럼 발빠른 변신을 계속하고 있는것은 그동안의
통제경제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과 NAFTA결성을 계기로
해외로부터 유입된 풍부한 자금및 선진국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 덕분이다.

IDB는 작년 한햇동안 라틴아메리카에 유입된 자금은
4백80억달러(순증액)로 91년의 3백40억달러에 비해 41%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작년말부터 중남미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신용도상승등에 힘입어
국채발행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을 유입할 수 있게 됐다.

멕시코의 경우 작년 한햇동안 국채매각을 통해 끌어들인 해외자금 규모는
90억달러에 이르러 91년의 3배로 늘어났다.

서방기업들의 현지투자도 괄목할만 하다. IDB는 작년 한햇 동안
외국기업들의 직접투자규모는 1백60억달러(순액기준)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자금은 특히 은행 컴퓨터통신 도소매업 호텔 보험등 서비스업과
제조업등 경기회복에 밑거름이 되는 분야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

중남미경제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또다른 요인은 이들국가들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사유화정책이다.

최근에는 라틴아메리카 각국의 발전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기금까지
조성되고 있다.

세계은행이 출자한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코포레이션과 미국의 CMS
에너지사(미시간주)및 NRG 에너지사(미니아폴리스)등이 각각
2천5백만달러씩 출연,총7천5백만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

이밖에 페루는 올해안에 20여개 국영기업을 매각할 계획이며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28일 자국 최대기업인 YPF석유회사를 공매키로 결정했다.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은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르헨티나가
시장경제로의 변신에 거보를 내디뎠으며 이같은 대규모 사유화 조치는 각종
경제개혁을 추진하는 멕시코나 칠레에서도 볼수 없는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중남미경제를 보는 세계인들의 시각이 마냥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30일 미연방법원은 클린턴행정부에 NAFTA창설이 미칠 환경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 판결했다.

이는 NAFTA 창설을 반대하는 국내 환경보호단체들의 제소에 따른 것으로
NAFTA의 출범을 최소한 6개월정도 지연시킬 것이 확실하다.

또 중남미 각국이 고수해온 고금리정책이 자국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외자도입과 인플레억제를 위해 채택된 정책이 이제는 경제의 발을 묶는
족쇄가 되고있는 것이다.

최근 브라질정부가 인플레퇴치를 위한 정책을 내놓으며 금리인하를 통한
민간경제의 자율성제고를 역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선진국을 위시한 세계경기의 부진도 문제이다.

IDB는 작년 라틴아메리카의 GDP성장률이 91년보다 낮아진 것은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의 경기부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초 중남미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당초의 3.9%에서 2%로 하향조정한바 있다.

그러나 중남미국가들은 최근 NAFTA창설 지연과 세계경기의 침체라는
악조건을 헤쳐나가기 위해 역내 자유무역을 추진하는등 다각적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당분간 중남미국가들의 성장률은 다소 낮아지겠지만
이들의 성장을 향한 몸부림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