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는 지난7월1일부터 모든 수입품에 대해 러시아 자체의 품질및
안전규격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있다. 물론 오는 연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그동안에는 일종의 과징금을 0.1%씩 물릴 방침이다.

러시아가 자체적인 품질규격을 요구할것이라는 점은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왔다. 자동차와 일부 통신장비등엔 지난해부터 이미 자체
품질규격제도를 시행해왔고 전자 식품등도 국가연구소들을 중심으로
규격제정 작업이 진행되어 왔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그렇고 정작 기업들도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 심지어
모스크바주재 우리기업들중엔 새로운 규격제도가 시행될 것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앉아있는 한국 유수의 대기업도 있다. 러시아 현지 신문에 이제
한국의 컴퓨터는 수입이 불허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도 다만 강건너
불구경일 뿐이다.

실제 우리나라 전기및 전자제품의 상당수는 러시아 전기시스템과 규격이
맞지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우선 플러그의 규격부터가 달라
안전캡을 떼내고 직접 전선에 휘감아 사용하는 사례가 소개되는 실정이고
정격전압의 편차가 달라 상당수 전자제품의 안정성은 지극히 불안정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러시아 규격에 맞추어 가는 기업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정부간
규격인증협약을 체결하는등 정부차원의 협력도 긴요하다. 러시아와
쌍무적인 품질규격협약을 체결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를 비롯 유럽국
대부분과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이 검사기관을 지정하는등 구체화를
서두르고있다. 심지어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도 이미 상호 규격인증협약을
체결해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생길 혼란을 미연에 막고있다.

물론 러시아의 새 규격문제는 수출전선의 극히 작은 부분에서 생기고있는
해프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대외경쟁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이같은 무감각때문이라는 생각을 지울수없다.

첨단기술 운운하기전에 기존제품이라도 딱떨어지게 만드는 정성이 아쉽다.

<모스크바=정규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