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오는 14일부터 시작될 북한과의 제네바 2단계 회담에서 북한이 국
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사찰에 진전된 태도를 보일 경우 3단계 회담을
포함한 대북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우리 정부에 통보해왔다.
미국은 그러나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북-미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핵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
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은 11일 서울 한남동 외무장관 공관에서 열린
한승주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은 이번 북한과의 제네바회담때 영변의
미신고 핵 관련 시설 2곳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 사찰제도의 성실한 이행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북한과의 대화
가 생산적인 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회담에 배석했던 장재룡 외
무부 미주국장이 전했다.
외무부 관계자는 크리스토퍼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잔류 <>국제원
자력기구의 사찰 수용 <>남북한 상호사찰 성실이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
며, 미국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우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문제에
진지한 태도를 보이면 3단계 회담 등 대화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그러나 "이번 제네바회담에서 북한이 회담을 질질끄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으며, 만일 회담 자체가 기대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장관은 또 북한-미국의 관계개선 문제에 대해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관계의 진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장 국장은 이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가 과거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