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과천관가에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청사주변 식당가에 널려있는 외상값을 어떻게 해결할지,한두푼이 아닌
야근비를 무슨수로 조달할지 하는 고민이다. 전에는 신경조차 쓰지않던
소모품비용도 이젠 걱정거리다.

사정한파와 촌지근절이 몰고온 증상이다. 이러다보니 "돈들어 가는
야근"을 피해 과천청사의 불빛이 일찍 꺼지고 공무원들이 "흥"을 잃는
금단현상도 나타난다.

역시 가장 큰 골칫거리는 외상값. 흥청망청 퍼마신 것도 아닌데 툭하면
야근으로 긋고먹은 밥값이 한두푼이 아니다. 야근이 잦은 부처는 한과의
외상값이 수백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국단위로 치면 경제기획원 예산실과
기획국,재무부 세제실과 이재국,상공자원부 산업정책국과 중소기업국같이
바쁜 곳들중에는 "돈천만원"을 넘는 데도 허다하다는 소문이다.

부처단위로 치면 2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알려진 얘기로는
과천주변 식당가에 경제부처이름으로 달린 외상밥값이 줄잡아 10억원은
된다고 할 정도.

과거에야 야식비나 회식비때문에 걱정한적은 별로 없었던게 사실이다.
"업무협의차"들른 산하기관이나 업계관계자가 "자발적"으로 영수증을
수거해가는 경우도 있고 친지나 동문등 "후원자"들도 있었다.

실제로는 떠맡기는 것이긴 하나 개인적으로 치부나 축재를 하자는 것도
아닌터여서 그리 큰 흉도 아니었다. 미풍양속쯤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도 "구악"으로 분류된다. 이유여부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손을 내미는것 자체가 사정대상이 돼있다.

이러니 1인당 1천5백원으로 책정돼 있는 야근수당으로 때울수 밖에 없다.
밀린 외상값을 갚는건 엄두도 못낼 일이다. 국별 판공비를 다 보태도
모자라니 야근을 줄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야근인원수를
통제하기위해 야근식비는 과별 주무사무관의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게 그 증좌다.

과천청사내 어떤부서는 "오전7시30분 출근,오후9시퇴근"을 하나의 "룰"로
정한 곳도 있다.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고 그래도 일이 남으면
퇴근시간(오후6시)후에도 계속하되 저녁은 집에가서 먹으라는 지침이다.

장.차관들이 다소나마 보태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장.차관실이라고
살림살이가 넉넉할 턱이 없다.

요즘들어서는 필기도구나 종이같은 소모품비용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는 비품정도는 굳이 예산을 신청하지 않아도 넉넉하게 조달됐다.
유관기관에서 기념품형태로 제작해 가져오는 것도 적지않았고 살림살이가
궁색하지 않으니 개별적으로 사다 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데 요즘은 볼펜값까지 경제기획원에 예산으로 신청하는 도리밖에
없게됐다. 부처마다 소모성경비신청이 급격히 늘어 경제기획원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액은 크지않지만 증가율이 몇백%에 달하니
기획원쪽에서 짜증을 낼수밖에 없다.

이밖에 청사구내식당이나 도시락을 이용하는 공무원이 급증한 것도 비슷한
케이스. 또 야유회나 체육대회등 자체행사를 과거와는 비교가 안되게
간소하게 치르는 것도 요즘들어 두드러진 양상이다. 공무원들이
외부강연이나 원고청탁을 마다않는 것도 같은 맥락의 풍속들이다.

한마디로 "춥고 배고파졌다"고 요약할수 있다. 개혁과 구각탈피를 위해
관가부터 맑아져야하고 고통분담에 공무원이 솔선하라는데 달리 할말이
없다. "제대로 돼간다"는 식의 긍정적평가도 많다. 다만 한가지
과천청사의 불빛이 일찍 꺼져서야 되겠느냐는 소리도 적지않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