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무더운 여름 토요일 오후 간편한 차림으로 서울역에서 동대구행
새마을호를 탔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아주 아늑하고 운치있는
자그마한 호텔앞에 멈추자 낯익은 얼굴들이 환한 웃음으로 반긴다.
저녁식사를 마치자 마자 오랜만의 만남이 주는 기쁨과 들뜬 기분들을
속으로 간직한채 호텔 맨위층에 차지한 세미나장에 엄숙한(?) 모습들로
좌정을 했다. 사회자의 인사말이 끝난뒤 이병덕박사(미Washington대교수)
가 얼마전 미국 모 학술지 실렸던 자신의 연구논문에 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다음에는 이승엽박사(계명대교수)의 대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발표가 계속 되었고 발표 내용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열기에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자 마자 또
세미나가 계속됐다. 이날은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후배들의 논문이 발표
됐다. 발표자들을 당혹하게 하는 송곳같은 비판과 격려.치하의 박수소리가
요란하다.

아직 미진함이 남는 얼굴로 토론을 끝내지만 모든 이들의 얼굴 에는 기쁨
과 만족스러움으로 충만했다. 무슨 학술기행문 같은 내용이지만 우리 모임
은 공식적인 학회활동도 거창한 구호를 내 건 학문탐구모임도 아니다. 연세
대 대학원에서 국제경영학이나 마아케팅을 공부한 선.후배 사제간의 친목
모임일뿐이다. 만남의 기둥 역할을 해주신 정구현교수(연세대 경영학과)님
의 연구실이 601호였고 회원의 상당수가 601호 연구실을 거쳐왔기 때문에
"601모임"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1년에 네차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모임을 갖는대 여름과 겨울모임은 지방에서 봄 가을은 연세대에서 주로
열린다.

92년 여름에는 이제민회우(일본오따루상대교수)의 도움으로 일본오따루상
대에서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회원은 현재 36명이지만 해외유학 외국대학
에서 재직하고 있는 회원들이 있어 통상 모임에는 15명 정도가 얼굴을 마주
한다. 정구현교수,안영갑교수(연세대),전인수교수(홍익대),박종희교수
(울산대),박재기교수(충남대),하연찬박사(AMEC컨설팅대표)님들의 남다른
노력과 애정이 모임의 오늘이 있게 하였다고 생각하며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생활에는 이런저런 많은 모임이 있게 마련이고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만남이 없으나 사회생활의 분망함에서 초연히 벗어나 학구적
열정에 침잠하며 배움의 부족함을 반성케 해주는 이 모임이야 말로 필자의
생활에 청량한 삶의 활력을 제공하여 주기에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