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주 5년만에 일본동경에 다녀왔다. 엔고현상을 우리나라 돈으로
2만원주고 한방에 20명이 동숙하는 소위 캅셀호텔이라는데 숙박함으로써
몸소 체험했다. 5년간에 한일간 국제적불등가교환이 이렇게도 심화되었
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모든 사람이 움직이고 있었고 웃음과 여유를 볼수
없었다. 5년만에 만나는 옛동창의 얼굴은 전투에 지친 얼굴이었다. 한친구
가 나라는 돈을 벌었지만 자기네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회사본위주의"를 내걸고 있는 일본에서는 잉여가 모두 회사에
축적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동경에 도착한 바로 그날 저녁에 전전 일본유학시절 그리고 5년전 내가
거기 들러서 고금동서5천년의 고전에 접하면서 청춘의 정열을 불태웠던
바로 그장소-고서점가에 가보았다. F 리스트의 소위 "정신적자본"은
50년전 그리고 5년전과 똑같이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헤겔 니체는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전인류가
만들어낸 학문 사상 도덕 의식의 총집적이 거기에 있었다.

거기서 나는 일본이 세계제일의 "정신적자본"으로부터 소위
"물질적자본"이 창출되었다는 리스트의 이론을 실감할수 있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정신적자본"으로부터 미국판리스트인 드러커가 말한대로
"학문의 전문화 기술의 세분화 중소기업의 세분화.다양화 산업구조의
세분화"가 이루어져 세계제일의 품질경쟁력을 획득했구나 하는 것을 눈으로
볼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드러커는 "학문의 생산성(productivity of
knowledge)이 국제경쟁력의 열쇠(key)가 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일본의
경우 이 "학문의 생산성"이 다름아닌 바로 "한자개념언어의 고생산성"인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한글표상언어의 저생산성"이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것을 뒤떨어지게 했다는 점을 통감하고 또 통감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볼수 없었던 지성미를 갖춘 청년들이 옆에서 살기를 띤
눈으로 책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고서점,즉 "정신적자본"이 완전히
없어진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을 생각하고 패북감과
좌절감에 하마터면 넘어질뻔한 충격을 받았다.

해방전에는 고서점이 있었고 거기서 비록 일서이기는 했지만 칸트 헤겔을
팔고 있었다. 그리고 중일전쟁이 시작되기전까지는 학교교과서에
우리나라역사와 고전이 원문(한문)대로 실리고있었다. 그런데 독립후
한자는 "외래어"이며 "외래어"사용은 "사대주의"이므로
"사대주의배격"이라는 구실아래 학교교과서에서 우리나라역사.고전의
원문(한문)대로의 게재가 없어지게 되는 괴이하기 짝이없는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다. 그것을 추진한 사람들은 저지능교수 저질정치인
저질매스컴의 3악화연합체였다. 하여튼 한글전용.한자폐기가 강행된지
50년이 되는 오늘 우리나라는 1930년대의 독일의 석학 W 좀발트가 우려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젊었을때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엥겔스에의해서 마르크스이상이라고 격찬을
받았다가 중년에 국민경제학자로 변신한 좀발트는 "독일사회주의"(1934)
에서,"망국"을 이렇게 설명하고있다. 1"언어의 파괴"(Sprachverwirrung)
2"지식의 천박화"(Frivolisierung des Wissen)의 현상이 발생되는 현상
이라고.

"한자개념언어"가 "한글표상언어"로 바꾸어져가는 과정에서 정신적생산은
질적 양적으로 축소재생산되어왔다. 그리하여 해방후 50년이 되는
오늘,칸트 헤겔철학의 연구서는 고사하고 그 소개서 단하나 변변히
나오지못하고 있다. 아니 칸트 헤겔철학의 용어자체가 확립되지
못하고있다.

그리고 철학교수라는 사람들은 "피투성"을 "내던져져 있음"이라고
해야된다고 하면서 월급을 염치없이도 받아먹고 있다. 이리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학문은 완전히 희화화되고있다.

이러한 학문의 공동화현상은 우리나라5천년사에 처음있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나라를 NIES로부터 ASEAN으로 끌어내려놓고 또 남미의 칠레에의해서
추월당하게하고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등에게 위협을 받게 만든 원인인것은
말할것도 없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한글전용론자는 A 토플러가 "소련이
자유진영과의 경쟁에서 패북한것은 소련의 학문에대한 시대착오적
사고방식때문이며"그리고 "후진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문의
부족"이라고 말한것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잘알고 있다.
다만 그들이 악화이며 그들 악화들은 과거 50년간 양화들을 제압해왔다는
것뿐이다.

충무공이 총사령관이 되면 왜침을 분쇄할수 있다는것을 누구보다도 원균이
잘알고 있었다. 그런데 원균은 충무공을 "친일파"로 몰아 죽음
일보전까지가게 했다. 우리나라 역사는 국운이 길운일때는 악화가 표면에
나타나지않지만 국운이 흉운일때는 "원균콤플렉스"를 가진 악화들이 표면에
나타나는 슬픈 역사로 되고있다. 그리고 해방후 50년사는 가압진의
역사였다.

21세기는 "지식경제"의 시대라고 하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민족발전의
기본인"정신적자본"이 완전소멸되고 말았을까. 출판사는 독자들이 "쉽고
재미있는 책"이외에는 보지않으려고 하는것을 알고 조금이라도 어렵고
한자가 들어있는 책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올해가 책의해라니
허울뿐일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민주주의는 영국의 W 바숏트가 말한대로 "최우수자의
정치"(government of the best)이다. 누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진짜
민주주의의 실천자였던가. 해방후의 어느대통령도 아니고 조선조초의
세종이다. 태종이 장남 양녕을 세자로 세웠다가 나중에 충녕(세종)으로
바꾸려고 하자 황희는 그것을 반대함으로써 파직되었다. 그러나 태종이
임종시 세종에게 "인물로서 황희만한 사람이 없으니 꼭 불러서 쓰라"고
하자 세종은 자기가 왕이 되는것을 반대했다가 파직까지 당한 황희를 즉각
불러 중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역사상 세종밑에 명신이 가장 많았다.

토플러는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학문이며 경제가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방후 한글전용
한자폐기정책강행으로 모든것의 기반인 "정신적 자본"이 부실하게 되었다.
그런데 개혁을 추진하는 신정부의 리더는 55세미만의 축적이 없는
한글세대이다. 바야흐로 전개되는 21세기의 국제지력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상정책 아니 초비상정책이 요구된다. "구세신"이 나와야한다.
지금 상황하에서는 그래도 축적이 있는 학술원이 나설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술원이 자발적으로 상원과 같은 기능을 해야한다. 그리고
즉각 국한문혼용부터 실시하게 하여 한글전용으로 붕괴된 "정신적 자본"의
재구축작업을 시작해야한다. "원균콤플렉스"를 떨쳐버리지 못하면
신정부의 모든 개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