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발달이 반드시 문명의 진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어떻게 쓰여지느냐에 따라 인간의 삶은 풍요로워질수도 무서운 파국을
맞을수도 있다.

영화 "토이즈"는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인다.
가상의 장난감회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난감끼리의 우스꽝스러운 전쟁이
선과 악의 대리전쟁을 보는 듯한 오싹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음악과 익살이 넘치는 제보장난감회사. 힘겨운 일들도
놀이처럼 즐거운 이곳에 전쟁광 릴랜드장군(마이클 갬본)이 경영을
맡으면서부터 감시와 규율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화끈한 전쟁도 없는데다 냉전체제 붕괴후 미워할 상대조차 잃어버린
장군은 제보회사의 장난감제조기술을 이용,특수병기를 만들어 내려는
계획을 세운다. 장군의 음모를 눈치챈 장난감디자이너 레슬리(로빈
윌리암스)는 여동생 알세시아(조앤 쿠샥)와 함께 비밀구역으로 숨어
들어간다.

그러나 곧 장군이 눈치채게 되고 순수한 놀이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레슬리의 태엽식 장난감들과 장군의 리모컨 살상병기들이 인류의 미래를 건
한판 전쟁을 벌이게 된다.

베리 레빈슨감독은 동화의 구조를 빌려 반전메시지,나아가 파괴적이고
호전적인 비디오게임속에서 황폐화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고발하려 한다.
아울러 인간은 모두 환상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상을
전쟁치르듯 살아가는 릴랜드장군이나 동심과 익살속에 빠져있는 레슬리는
다같이 편집증처럼 자기 세계안에 갖혀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인간내면의
상반된 성향을 모습을 둘로 갈라놓은 모습이다.

레빈슨감독은 결국 레슬리의 승리를 통해 황량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천진난만한 동심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려 한다.

기발한 장난감들과 익살스러운 상황들,그리고 삼원색으로 단순화시킨
산뜻한 배경세트 등 풍부한 재미거리를 많이 갖춘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그러나 그 재미는 진지한 자기반성과 체험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묵직한 메시지들이 현란한 영화의 기법들에 묻혀 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과 악의 대결로만 단순화시켜버린 주제,상징과 현실의 간극을 메워줄
진지함의 결여 등도 감독의 매서운 독설을 그저 익살로만 받아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이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