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24일의 한.중수교는 분명 하나의 회기적인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사건이 뒤따랐었다. 한.대만간의 국교단절이 그것이다.

대만은 새친구를 위해 옛 친구를 버린 한국의 처사에 등을 돌렸으며 1개의
중국만을 인정해야 하는 정부의 냉엄한 선택을 이해하면서도 당시의
한국국민감정은 개운치 않았었다. 오랜 우방을 너무나 쉽게 버린것같은
정부처사를 나무랐고 일말의 죄책감마저 느꼈다.

그랬던 한국과 대만이 근 1년만인 내달 중순께 민간차원의 비공식 관계를
수립하게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양측의 오랜 물밑 접촉결과 곧
민간대표부를 교환키로 합의했으며 이제 남은 것은 한차례 더 만나
세부절차를 마무리하는 일뿐이라고 한다. 복더위를 식히는 한줄기
소나기에 비유될만큼 시원한 소식이다.

한국과 대만간의 공식적인 관계단절은 뼈아픈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쌍방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 대만은 한국측의 섭섭한 처사에
사과 배등 과일류의 구상무역중단,항공기운항금지,선박입항불허와 같은
강경한 보복조치로 응수했다.

무역진흥공사는 단교이후 처음 4개월간인 작년 12월말까지 한국쪽의
경제손실액을 2억달러 이상으로 시산한바 있다. 상품교역도 문제지만
관광객감소가 특히 심각했다. 올들어 한국의 대만행 관광객은 1년전과
비교해서 46%,한국행 대만인 관광객수는 60%가 줄었다.

한국.대만의 지난해 교역액은 총36억달러로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었으며
특히 한국측으로서는 6억달러의 흑자였다. 금년들어서도 4월말현재
3억달러가까운 흑자를 시현하고 있으며 단교직후의 충격을 벗어나 11~13%의
건실한 중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쌍방경제가 긴밀한 보완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공식관계의 단절에 관계없이 비공식 혹은 제3의
경로를 통해 이어질수 밖에 없음을 말한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냉혹한 외교적 현실이 흔히
인용되곤한다. 한국과 대만의 단교에서 우리는 어제의 친구를 결코 적으로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쌍방 모두 너무
성급하게,그리고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잘못을 반성하고 새출발을 기약할
필요가 있다.

체면과 형식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적 접근이 오늘날 국제사회의
조류이다. 그점에서 한.대만 쌍방의 비공식 우호회복을 환영하며 조속한
관계복원의 실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