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자금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주로 단자사와 증권사들의 자금이 핍박하고 강도는 약하지만 부분적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도 일어 시장실세금리가 일제히 오름세를 타면서
지난달말과 같은 불안한 형국이 재연되고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자금시장의 불안은 우선 단자사와 증권사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에서 비롯됐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단자사들은 불합리한
금리구조때문에 자금중개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있다. 단자사 여신금리인
어음할인금리는 연11.5%,중개어음금리는 연12.4%로 각각 규제돼 실세금리를
밑돌아 단자사를 통한 기업의 단기자금융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단자사들의 금리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는데도 통화당국은 이를 시정하는데 미적미적 거렸다.
실세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를 현실화할경우 예상되는 금리상승분위기를
우려했던 것이다. 통화당국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다 지금처럼 더
어려운 상황을 자초한 셈이다.

증권사는 고객예탁금이 빠져나가 자금사정이 좋지않다. 이달들어
16일까지 빠져나간 고객예탁금은 2천3백19억원.
전월의 9백68억원보다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증권사들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반영,조흥증권을 비롯한 일부증권사들이
지난 19일 은행에서 대월한도를 넘겨 긴급히 빌려쓰는 타입대를 일으키기도
했다. 타입대는 자력으로 자금위기를 극복하지못할때 의존하는 최후의
수단과 마찬가지여서 그만큼 증권사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자금이 모자라는 단자사와 증권사는 자금을 계속 끌어쓰려는 반면
여유자금을 내놓는 곳은 많지않아 자금의 수급불균형으로 금리가 오름세를
타고있는 것이다.

예컨대 여유자금이 비교적 많았던 은행신탁계정은 은행고유계정에서 맡던
신용카드대출을 이달부터 대신 떠맡게 돼 자금공급자역할을 더이상 하지
못하고있다. 이달들어서만 은행신탁계정에서 공급한 신용카드대출은
은행권 전체로 3천억원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신탁회사들도 예전같으면 회사채를 많이 사 회사채금리안정에
기여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보증어음같은 기간이 짧은 상품매입에 치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 회사채금리오름세를 진정시키지 못하고있다.
회사채공급물량은 계속 나오는데 사려는 힘이 약해 값은 싸지고 수익률은
오르고있다.

게다가 기업들이 조금씩이나마 자금수요를 늘리고있어 자금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있다.
기업들은 이달 26일의 부가가치세납부자금 2조원정도를 마련하기위해
자금차입을 늘리고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자금끌어모으기에 나선것은
아니지만 당좌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통화관리라도 여유가 있다면 자금공급을 늘릴 만한데
이달목표치인 전년동기대비 18%를 이미 넘긴 상태여서 그러지도
못하고있다. 이날 열린 재무부와 한은간의 주례 정책협의회에서도 오르는
금리를 잡을수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만 했다"는 후문이다.

통화당국은 묘수가 없자 단자사들의 여신금리상한선을 없앤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현실화시켜 단자사들에도 다시 수신을
늘리고 여신도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자사들은 직접
여.수신을 담당하기보다는 제3자로서 자금중개기관역할을 하도록한다는
대원칙에는 어긋나는 조치이나 금리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단자사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이달 26일 부가가치세납부기한을 넘기더라고
곧 월말이 닥쳐 자금수요를 늘릴것으로 예측하고있다. 자금사정이 쉽사리
좋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현재의 자금시장이 불안하고 앞으로도 그다지 안심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제2단계금리자유화시기는 다가오고있다. 어쨋든 하반기에는
은행여신금리를 대부분 자유화하는 2단계조치를 시행해야하고 그시한도
몇달남지 않았다.
금리안정에 또 다시신경을 써야 할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