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보는 사이고를 체포할 사무라이들과 함께 교토를 향해 길을 떠났다.
자기 손으로 죽마고우(죽마고우)인 사이고를 체포해야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고,상의를 하면 설마 무슨 수가
생기겠지 하고 자위를 하기도 했다.

고베(신호)에 도착했을때 뜻밖에도 그곳에서 사이고를 만났다. 사이고는
히사미쓰가 대노하여 자기를 잡아들이라는 명령을 내린 줄을 모르고,교토의
사정을 보고하러 되돌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사이고로부터 왜 시모노세키에서 기다리지않고 먼저 교토로 갔었는지,그
까닭을 얘기들은 오쿠보는 그러면 그렇지,싶었다. 사이고가 히사미쓰에게
반역하려고 일부러 명령을 어기고 교토행을 했을 턱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히사미쓰로부터 사이고의 체포령을 받고 왔으니,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알수가 없었다.

그날밤 오쿠보는 사이고를 데리고 해변으로 나갔다. 술병과 마른 안주를
가지고서였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이었다.

밤파도가 와서 찰싹찰싹 부서지는 바닷가 바위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두사람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로 교토쪽의 정세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쿠보가 질문을 하고,그에 대한 답변을 사이고가 자세히
늘어놓는 식이었다.

술이 거나해지자,오쿠보가 불쑥 말했다.

"사이고형,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구" "무슨 일?" "실은
말이지 히사미쓰 대감께서 사이고형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지 뭐야.
그것도 나한테 말이야" "뭐라구?"

사이고는 눈이 휘둥그래지지 않을수 없었다. 체포령이 내렸다는 사실도
충격적인 일이지만,하필 오쿠보에게 그 명령을 내리다니 어이가 없었다.
너무 짓궂고 잔인한 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네가 반역을 꾀하는 것 같다고 대감이 의심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럴리가 없다고,다른 무슨 까닭이 있을테니까,내가 한발 먼저 교토로 가서
자네를 만나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다고 했더니 글쎄,그자를 네가
추천했으니 네 손으로 잡아들이라는 거야. 이만저만 화를 내고 있는게
아니라구" "음-" "이일을 어쩌면 좋지?"

사이고는 잔을 들어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멀뚱이 중천에 뜬
달을 쳐다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