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에 땀이 흐르는 만큼
자칫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고 울화가 치미는 경우가 많다.

이때가 되면 집안이건 밖이건 시원한 곳이 한량없이 그립게 마련이다.
실제로 시원한 곳은 물론이요 보기에 답답하지 않고 서늘한 곳이라도 찾게
된다.

기분만이라도 산뜻하게 바꾸고 싶은 때문이다. 가뜩이나 더운데
분위기마저 어지럽거나 갑갑하면 불쾌지수는 두배로 높아진다.

뒷간이 화장실로 바뀐 뒤 그 비중이 커진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호텔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점과 백화점등에서는 화장실 인테리어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 기분좋은 화장실은 해당건물 혹은 업체를 고급스러운
곳으로 격상시기 때문이다.

일반가정중에서도 화장실을 근사하게 꾸미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면기와 욕조를 좋은 제품으로 바꾼다거나 타일을 비싸고 화려한 것으로
다시 붙이는 일이 유행이다.

사진의 화장실은 돈을 많이 들인 곳은 아니다. 오히려 다소 허름해
보이는 측에 속한다. 하지만 으리으리한 화장실보다 한결 정감이 가게
만들었다. 소박하지만 개성이 있고 깔끔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세면기부분만 보이는 이 화장실이 다른 곳과 확실하게 구분되는 대목은
우선 벽면이 타일로 처리되지 않은 점. 화장실의 벽면은 으레 타일이어야
한다는 상식을 과감하게 깨뜨림으로써 돈을 많이 쓰지 않고서도 개성있는
화장실을 꾸밀수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천장판으로 사용하는 PVC판을 벽면에 도입하고 물이 닿을 염려가
별로 없는 윗부분은 기존벽면 그대로 두고 있다. 벽면과 세면기등을 모두
흰색으로 처리하는 한편 윗부분에는 짙은 파란색페인트를 칠해 바다내음이
나는 화장실로 꾸몄다.

흰색과 파란색이 만나는 경계선에 불가사리 모형을 놓은 것은 조그마한
것으로라도 계절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공간구성자의 섬세함과 알뜰함을
엿보게 한다.

테두리에 무늬를 넣은 거울은 천편일률적인 거울이 아닌 색다른 것을
보는즐거움을 만끽하게 하고 소박한 등 또한 고풍스런 멋을 전해준다.

세면기 아래쪽을 파란색줄무늬가 있는 천으로 장식한 것은 낡은 관을
감추는 효과와 함께 흰색과 파란의 조화가 빚는 시원함을 선사한다.

칫솔질때 사용하는 컵을 파랑색으로 고른 것은 인테리어란 작은 것으로
완성됨을 알려준다.

<박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