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중인 공정거래법 자율준수프로그램은 종래
사후처벌을 위주로한 공정경쟁정책을 사전예방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공정위의 이같은 방향전환은 우선 지난 수십년동안 관행으로 굳어져온
기업들의 불공정거래행태를 강제적으로 시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사후적인 시정조치라는 "채찍"만을
휘두르기보다 기업 스스로 새로운 공정거래관행을 만들어 나가도록
"당근"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또 공정위 활동이 새정부의 최대 과제인 "경제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다는일부의 오해를 제거하려는 일석이조의 뜻도 담고 있다. 사실
공정위는 기업은 물론 행정부처에서 조차 그들에게 쏟는 곱지못한 시선에
대해 불만이었다. 공정위 활동은 장기적으론 분명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는데도 왜들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새정부 출범이후
사정바람과 함께 기업들에 "경제검찰"이란 무서운 존재로 인식돼온
공정위가 이미지개선에 나선것으로 볼수도 있다. 한이헌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들어 "공정위는 기업사정이라 할만한 조치를 한적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측에서도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할 하등의 이유는 없을
것으로보인다. 기업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경우 받게될 불이익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법을 위반하는 기업은 고발 과징금부과 손해배상청구등
각종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더욱이 파렴치한 불공정행위가 공개됨으로써
기업이미지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갖는 기업들은 이같은 불이익을 최소화할수 있을
뿐더러 내부적으로도 유리한 점이 많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예컨대
종업원에게 명확한 행동기준을 제시할수 있고 기업내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공정거래법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이 명목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우선 전경련등 경제단체에서 대표적인 행동규범을 만들도록하고
이를 기초로 일반기업들도 업종의 특성에 맞게 자체규범을 작성케 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국내기업들은 이같은 행동규범을 갖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껏해야 종업원들의 "해사행위"를 막기위한 사규 정도가
고작이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중엔 행동규범이나 윤리규정을 갖춘
회사가 적지 않다. 해외진출이 활발한 국제적인 기업일수록 현지국가의
공정거래법을 지켜야할 필요성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예컨대 선진적인 공정거래제도를 가진 미국이나 일본에선 기업들이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엔 전문변호사가 이의 시행을 자문해주기도 한다는게
공정위측의 설명이다.

국내에 진출한 IBM 휴렛팩커드등 외국기업들도 공정거래지침
사업경영기준등을 작성해 종업원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그 내용은 고객
거래상대자 경쟁업체등에 관련된 업무에서 윤리적이나 법적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국내기업들의 경우 아직은 생소한 자율준수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기업주나 경영자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한
변수다. 아무리 좋은 규범을 정하더라도 이들의 적극적인 발상전환내지
참여가 없이는 종업원들도 따를리가 없기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공정거래법 준수규범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이를
기업구성원에 교육하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와도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