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한파와 경기침체로 문을 닫는 고급 유흥업소가 늘어나면서 여종업
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유흥업소 밀집지역 주변 주택가의 저녁풍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서울에서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의 대표적 집단거주지로 꼽히는 강남구
논현동과 서초구 반포동 일대.
초저녁이 되면 짙은 화장에 첨단유행의 옷차림을 한 젊은 여성들이 골
목마다 몰려나와 `직장''으로 향하는 풍경이 연출됐으나 이제 더이상 이런
모습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호화주택, 빌라 등이 밀집해 고급주택가였던 이 동네가 여종업원 밀집
거주지로 변한 것은 3~4년 전부터이다. 신사동.역삼동 등 유흥가와 인접
해 교통이 편리한 탓에 이곳에 방을 구하러 오는 여종업원들이 늘자 주택
업자들이 아예 기숙사 같은 시설을 갖춘 다세대주택을 지어 대량 세를 놓
은 것이다. 유흥업소 경기가 한창 좋을 때에는 방 한칸이 보증금 5백만원
에 월세 40만~50만원까지 치솟아도 방이 없을 정도로 여종업원들이 붐비
기도 했다.
그러나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이곳은 다시 한산한 주택가로 바뀌고 있다.
논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이곳에서만 올해 들어 줄잡아 1천5백
명이 방을 빼 나갔다"면서 "게다가 이 동네로 오는 여종업원들도 거의
없어 빈 방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종업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비디오가게.미용실 등 그동안 여종업
원들을 상대로 호황을 누려 왔던 가게들도 수입이 절반으로 떨어져 울상
을 짓고 있다.
주민들은 여종업원들이 이곳을 떠나더라도 술집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을
구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드문것 같다고 말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강남보다 오히려 변두리 술집의 수입이 짭짤하다"
는 소문이 나돌면서 강북이나 지방으로 옮기는 여종업원이 많고, 몇명씩
돈을 합쳐 아파트를 세내 비밀술집을 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단속을 피해 심야영업을 계속하는 룸살롱에 나간다는 한 여종업원은 "
예전에는 한달에 2백만~3백만원을 거뜬히 벌었는데 요즘은 1백만원 구경
하기도 힘들다"며 "조금 더 버티다 정 안되면 외국에라도 나갈 생각"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