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해외조직과 연계된 이적단체 결성 혐의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재
야단체 회원 등을 마구 연행해 수사를 벌인 뒤 뚜렷한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자 이 가운데 1명만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구속 송치해 구시대적인
자의적 법집행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경찰청 보안국은 지난 23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양심수후원회
간사 노태훈(29)씨를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로 서울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노씨를 지난 15일 장기수들의 회보인 <빼앗긴 세월을 되찾기 위
하여> 2.3호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구속한 뒤 이른바 일본 조총련계와
연계된 `일심회'' 조직 결성 여부 등을 집중추궁했으나 이적단체결성.금
품수수 등의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하자 더이상 혐의내용을 추가하지 못
한 채 검찰에 넘겼다.
이에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께 전 민가협 공동대표 권낙기(46)씨, 전
장기수가족협의회 회장 김태일(39)씨, 장기수 출신 오주석(60)씨 등 8명
을 잇달아 연행해 조사를 벌인 뒤 혐의점을 찾지 못하자 석방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장기수 출신 출소자들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운영하
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민중탕제원과 노씨가 사무국 차장으로 있
는 관악구 봉천동 민족건강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자료와
책자.회원명부 등을 모두 압수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천정배 변호사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까지 일본 5개 도시에서 열린 `한국 양심수가 마련
한 서화전'' 등과 관련해 한국내 장기수와 일본 조총련계의 연계 여부 등
을 집중추궁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