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문화] (24) 출판/영화 '한탕주의'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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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영화사 부설 S출판사직원들은 요즘 근무의욕이 떨어진다고 푸념들이다.
자신들이 출판사직원인지 영화사홍보팀직원인지 애매해서다. 이들은 그간
창작물등 국내저작을 한번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S영화사가 수입을
결정한 영화의 원작을 급히 번역,출간하는데 바빴다.
"카프카""연인""쥬라기 공원""시티 오브 조이"등 영화와 책이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는 일이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미리
애드벌룬을 띄워 원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개봉 직전까지 극적
홍보효과를 노리는 기법,이것이 이른바 초대형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전략이다.
블록버스터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작품의 내용보다는 광고와
홍보로 승부를 거는 출판사와 영화사들이 늘어나면서 문화전반에 허황된
거품이 부풀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거품이 터져버릴 경우
한국사회전반에 저질대중문화가 판을 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베스트셀러"또는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문 잡지 영화 TV 등 많은 매체를 이용함으로써 붐을
일으키는 수법"을 뜻한다. 영화의 경우 80년대 미국에서 "ET""죠스"등이
출판과 영화를 처음부터 연계시킴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블록버스터전략은 영화의 입장에서 보면 광고.홍보전략으로 단순화될수
있으나 문제는 출판계이다. 대대적 광고와 총체적 홍보전략,시의에 걸맞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히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고 블록버스터
하나만 만들면 "손뗀다"라는 한탕주의가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도
합리적인 경영방식만 도입하면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이다.
이전에는 볼수 없던 대형책광고가 일간지를 장식하고 TV의 황금시간대에도
책광고가 나온다.
좋은 책을 만들기보다 만든 책을 더 팔려고 혈안이 돼있다. 수익이
보장되면 과당경쟁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3월 당초 7천달러정도면
가능했을 미국 무명작가의 첫작품계약을 국내출판사끼리의 과당경쟁으로
20만달러로 높여 물의를 빚은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출판계에서 초대형베스트셀러인 블록버스터가 나온 것은 90년대 초반이다.
80년대 김홍신씨의 "인간시장"과 조정래씨의 "태백산맥"등이 1백만부
시대를 열었지만 그것은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얻은 인기였지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 창작과비평사의 "소설 동의보감"이 거둔
성공은 한국에서도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너도나도 역사소설류출판에 열을 올려 1~2년만에 유사역사소설류만
1백여종이 넘게 쏟아지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소설 토정비결""소설
목민심서"등이 성공을 거두었고 유사출판물들도 실패를 하지는 않았다.
굳이 기존작가에 얽매이지 않고도 문학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금년들어 시의적절한 기획력을 동원한 출판물들의
성공이 젊은이들의 블록버스터의 꿈을 부추기고 있다. "논리학습시리즈"
"YS는 못말려""인맥만들기""프로비즈니스맨 삼성맨"등은 출판불황속에서도
참신한 기획력 하나로 성공할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인 예들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블록버스터의 전략이 잘 구사된 "쥬라기 공원"의 경우
전국 20여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이틀만에 20만명가까운 관객이
동원됐다. 지난해에도 수입외화하나로 90억원을 벌었다느니 1백억원을
벌었다느니 하는 부러움 섞인 말이 많았다.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출판사업이나 영화산업에 뛰어드는 이는 줄고 "한 건 하려고" 투자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백만부,1백만관객은 우리에게는 분명 일종의 거품이다. 4천만
인구로 볼때 40명중 한명은 보아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어린이등
관람불가인구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더욱 커진다. 그 거품이 꺼지고 나서
생기는 후유증은 거품경제의 후유증 못지 않은 문화적 충격이 될 것이란게
문화계의 우려다.
최근에는 기존 출판사들도 이러한 신생출판사들의 경영행태를 모방,기존
출판사외에 <><>미디어 등의 이름으로 따로 출판사를 마련,기존 출판사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상업적 성공을 도모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문예출판사 전병석사장은 "80년대를 지배했던 사회과학류 소설의
인기가 시들해진 시점에서 출판계가 새로운 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공백을 신생출판사들이 여타분야의 경영전략을 무기로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장은 그러나 광고로 승부하는 회사들은
독자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결국 쓰러져왔다며 "출판 본래의 문화적 기능을
찾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덧붙였다.
문화의 산업화가 비본래적 의미로 왜곡되며 흘러가는 흐름 한가운데에
블록버스터의 꿈을 키우는 비문화적 집단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권영설기자>
자신들이 출판사직원인지 영화사홍보팀직원인지 애매해서다. 이들은 그간
창작물등 국내저작을 한번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S영화사가 수입을
결정한 영화의 원작을 급히 번역,출간하는데 바빴다.
"카프카""연인""쥬라기 공원""시티 오브 조이"등 영화와 책이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는 일이 최근 빈번해지고 있다. 미리
애드벌룬을 띄워 원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개봉 직전까지 극적
홍보효과를 노리는 기법,이것이 이른바 초대형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블록버스터(blockbuster)"전략이다.
블록버스터의 꿈을 키우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작품의 내용보다는 광고와
홍보로 승부를 거는 출판사와 영화사들이 늘어나면서 문화전반에 허황된
거품이 부풀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거품이 터져버릴 경우
한국사회전반에 저질대중문화가 판을 치는 천민자본주의가 만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베스트셀러"또는 "거대한
자금을 투입해 신문 잡지 영화 TV 등 많은 매체를 이용함으로써 붐을
일으키는 수법"을 뜻한다. 영화의 경우 80년대 미국에서 "ET""죠스"등이
출판과 영화를 처음부터 연계시킴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블록버스터전략은 영화의 입장에서 보면 광고.홍보전략으로 단순화될수
있으나 문제는 출판계이다. 대대적 광고와 총체적 홍보전략,시의에 걸맞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히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수 있고 블록버스터
하나만 만들면 "손뗀다"라는 한탕주의가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도
합리적인 경영방식만 도입하면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이다.
이전에는 볼수 없던 대형책광고가 일간지를 장식하고 TV의 황금시간대에도
책광고가 나온다.
좋은 책을 만들기보다 만든 책을 더 팔려고 혈안이 돼있다. 수익이
보장되면 과당경쟁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3월 당초 7천달러정도면
가능했을 미국 무명작가의 첫작품계약을 국내출판사끼리의 과당경쟁으로
20만달러로 높여 물의를 빚은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출판계에서 초대형베스트셀러인 블록버스터가 나온 것은 90년대 초반이다.
80년대 김홍신씨의 "인간시장"과 조정래씨의 "태백산맥"등이 1백만부
시대를 열었지만 그것은 당시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얻은 인기였지 계획적인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초반 창작과비평사의 "소설 동의보감"이 거둔
성공은 한국에서도 블록버스터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였다.
너도나도 역사소설류출판에 열을 올려 1~2년만에 유사역사소설류만
1백여종이 넘게 쏟아지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소설 토정비결""소설
목민심서"등이 성공을 거두었고 유사출판물들도 실패를 하지는 않았다.
굳이 기존작가에 얽매이지 않고도 문학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금년들어 시의적절한 기획력을 동원한 출판물들의
성공이 젊은이들의 블록버스터의 꿈을 부추기고 있다. "논리학습시리즈"
"YS는 못말려""인맥만들기""프로비즈니스맨 삼성맨"등은 출판불황속에서도
참신한 기획력 하나로 성공할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보인 예들이다.
영화도 마찬가지. 블록버스터의 전략이 잘 구사된 "쥬라기 공원"의 경우
전국 20여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이틀만에 20만명가까운 관객이
동원됐다. 지난해에도 수입외화하나로 90억원을 벌었다느니 1백억원을
벌었다느니 하는 부러움 섞인 말이 많았다.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출판사업이나 영화산업에 뛰어드는 이는 줄고 "한 건 하려고" 투자하는
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백만부,1백만관객은 우리에게는 분명 일종의 거품이다. 4천만
인구로 볼때 40명중 한명은 보아야 한다는 계산이 된다. 어린이등
관람불가인구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더욱 커진다. 그 거품이 꺼지고 나서
생기는 후유증은 거품경제의 후유증 못지 않은 문화적 충격이 될 것이란게
문화계의 우려다.
최근에는 기존 출판사들도 이러한 신생출판사들의 경영행태를 모방,기존
출판사외에 <><>미디어 등의 이름으로 따로 출판사를 마련,기존 출판사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상업적 성공을 도모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문예출판사 전병석사장은 "80년대를 지배했던 사회과학류 소설의
인기가 시들해진 시점에서 출판계가 새로운 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 공백을 신생출판사들이 여타분야의 경영전략을 무기로
파고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사장은 그러나 광고로 승부하는 회사들은
독자의 현명한 판단에 따라 결국 쓰러져왔다며 "출판 본래의 문화적 기능을
찾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덧붙였다.
문화의 산업화가 비본래적 의미로 왜곡되며 흘러가는 흐름 한가운데에
블록버스터의 꿈을 키우는 비문화적 집단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