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임자없는 돈"등의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으로 불려온
무역특계자금이 97년말을 끝으로 사라지게됐다. 상공자원부가 26일
"개혁차원"이란 수사를 동원하면서 특계자금폐지방침을 밝힌데서도 이
자금이 어떻게 인식돼왔는지를 엿보이게 한다.

지난 69년부터 수입액에 일정비율의 수입부담금을 부과해 조성돼온
특계자금은 "수출진흥활동을 민간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취지아래
민간단체인 무역협회가 징수, 관리해왔다. 지난 25년간 6천억원가량
조성된 이 자금은 대부분이 해외시장개척이나 대외통상협력
무역관련정보화등 무역진흥을 위한 사업에 투입되면서 "수출입국"에
기여해온게 사실이다. 그런 특계자금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데는
자금조성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외에 운영과정에서의 "투명성"시비등
적지않은 논란을 빚어왔기때문이다.

지난해 1백10억원이 동서문화센터에 지원된 것을 비롯 노총장학회
대한체육회 국제기능올림픽등 "무역진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문에
적지않은 자금이 지출됐고 이밖에도 "간접진흥사업"이란 명목으로 이
자금의 관리를 맡고있는 무협의 각종 일반사업에 전용돼온 것이다. 이
자금은 또 정치권에 각종 로비성 자금으로도 흘러들어 지난89년엔 3명의
국회의원이 특계자금으로 외유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구속되는 사태를
빚기도했다.

무협은 특히 특계자금을 갖고 부동산투자에 열을 올려왔다는 곱지않은
시선도 받고있다. 서울 삼성동에 들어서있는 10만여평부지의
무역센터빌딩을 짓는데 1천3백여억원을 들인 것을 비롯 지방무역회관과
홍콩 뉴욕등 해외무역센터를 구입하는데도 이 돈을 끌어다 썼다.

무역협회는 현재 무역센터건물과 토지는 물론 한국종합전시장(KOEX)
고려무역 한국무역정보통신등 1백%출자한 자회사를 거느리고있는 이외에도
한무개발(40.3%)한무쇼핑(45.9%) 도심공항터미널(62.4%) 코리아헤럴드
내외경제(23.6%)등의 상당수 지분을 소유, 이들 자산을 공시지가기준으로만
따져도 1조7천3백1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이같은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함께 자금의 징수방식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이 적지않았다. 원자재등 일부품목을 제외한 대부분 수입품에 대해
일정비율의 "부담금"을 부과,강제 징수하는 방식은 사실상의 준조세일
뿐아니라 징수금액만큼이 수입시판가격에 전가돼 최종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부담을 안겨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특계자금에 대한 존폐가 정부안팎에서
거론돼온 끝에 상공자원부가 "개혁"의 칼날을 들이댄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특계자금이 전면 폐지될 경우 그간 이 자금이 맡아온 민간차원의
수출진흥지원사업에 공백이 빚어지게 되는 점을 감안,이를 대신할
"무역진흥기금"을 새로 조성키로 했다. 해외시장개척 무역업무자동화등
수출촉진을 위한 지원사업을 정부재정자금만으로 대체하기가 벅찰 뿐아니라
GATT(관세무역일반협정)보조금지급 금지규정에 위배되는등의 문제점이
있기때문이란 설명이다. 정부는 새로운 기금은 <>무협이 소유하고있되
고유업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국내외자산의 매각자금과 <>오는 97년말
특계자금이 폐지될 때까지 징수되는 특계자금등으로 약 3천억원가량을
조성,그 운용수익으로 예상되는 연간 2백억원안팎씩을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기금규모를 3천억원으로 잡고있는 것은 우선 무협고유업무와
무관한 것으로 판단,매각토록 한 한무개발(인터컨티넨털호텔의 지주회사)
한무쇼핑(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지주회사)등과뉴욕 홍콩등의 해외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2천5백억원가량이 들어오며 앞으로 5년간 징수될 특계자금
2천4백여억원중 계속적인 집행이 필요한 사업지출비를 빼면 5백억원가량을
적립할수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정부는 이렇게 조성될 새 기금은 운용규모면에서 기존의 무역특계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지원대상사업을 현재보다 대폭 줄이는등 운용을
엄격하게할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지원대상 사업을
"무역진흥에 직결되는 사업"으로 명문화,신경제 5개년계획의
무역발전전략부문과 대외통상및국제화전략부문에 반영된 사업에 중점
지원하고 다른 사업에 대해선 지원을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기존의 무역특계관리운용위원회를 폐지하는 대신
무역협회내에 공공기관및 민간단체인사 10명이내로 구성되는 독립적 성격의
무역진흥기금 관리운용위원회를 새로 설치,별도의 사무국을 운영토록 하고
매년도 초에 전년도 사업집행내용을 일반에 공개토록 하는등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현행 특계자금이 폐지되기 이전까지 이 자금의 운용과정을 보다 엄격히
관리,통상대책비등 상공자원부에 대한 지원은 당장 내년부터 전면
중단토록하고 그밖의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사전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의 "무역특계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고있으나 민간차원에서 운영되는 제도에
대해 상공자원부가 요란스런 "방침"까지 마련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은 절차상 좋게보이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특히 특계자금의
운용이 일부 파행적이었음을 지적한데 대해 "그렇다면 그동안 관리감독권을
갖고있던 상공자원부 스스로의 감독소홀을 인정하는 것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업계관계자들도 적지않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