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조업 출하및 수출동향등으로 볼때 한국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어가고 있다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경제회복
추세는 본격적인 설비 투자확대 여부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설비
투자확대를 위해 각종 자금을 마련해 놓고 기업들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유망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위해 마련한 시설이 오히려
남아돌아 아직 소진되지 않았고,대출 승인을 받아놓고도 돈을 쓰지 않은
기업도 적지 않다. 또 산업은행에서 공급하고 있는 외화표시 국산 기계
구입자금도 현재 목표액을 훨씬 밑도는 대출이 이뤄졌을 뿐이라는
사실,수출 산업및 소재 부품업체들의 시설재 마련용으로 공급하는
수출산업설비 금융도 작년보다 감소한 것등 기업이 투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징후는 많다. 경기의 회복전망에도 불구하고 이같이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투자수익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국내에 마땅한 투자
대상이 없거나,투자해 보려고 하더라도 투자의 예상 수익률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금리수준이 높다든가 임금수준이 높다는 등 이미 알려진 경제
여건보다 기업이 보는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개인은 조그마한 위험은 기꺼이 감수할 수도 있지만 큰 위험은
대부분 회피하고자 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인도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함에 있어 일반적으로 위험 회피적 성향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증가는 위험의 증대와 마찬가지로 투자의 예상
수익률을 낮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볼때 과거의 비리에 대한
사정 한파가 장래에도 지속될 것인지의 여부는 기업의 입장에서 매우 큰
불확실성의 요인이 아닐수 없다. 과거 정권하에서 털면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시피 되어 있는 기업환경에서 기업인에게 있어 자신이 사정
대상이 될 것인지 아니지 하는 것보다 더 큰 불확실성은 없을 것이다.
지난 7월5일 황인성총리는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대기업그룹의 부정비리 조사문제와 관련하여 성역없는 사정에는
대기업그룹도 예외일 수 없다고 답변하였다. 이 보다 앞서 청와대의
박재윤수석은 기업에 대한 사정은 없으니 기업활동에 전념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며 그
반대는 아니다.

이 밖에도 정책방향의 혼선에서 오는 불확실성도 적지 않다.
산업구조조정정책,구체적으로 대기업의 업종 전문화와 소유분산의 촉진을
위한 제도적 개혁의 방향이 어떻게 결정되느냐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이다. 이런 요소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이 대규모
투자결정을 할것으로 기대할수 없다. 주력 업종제도에 대한 정부 내부및
당정간의 입장차이,채무보증축소및 부당 내무거래 규제에 대한 이견등
대기업 정책에 대한 혼선은 새 정부가 창출하는 새로운 불확실성의
한부분이다. 현 상황에서 대기업이 계열분리에 고심하기 보다 투자 대상을
선정하고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일이 더 우선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내부거래 문제만 해도 이것이 그룹내 계열회사에서 비싼 값에 원료를
구입하는 기업의 원가를 높여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므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정보의 탐색,계약의 체결,품질관리등에서 발생하는
거래 비용을 절감할수 있어 규제되어야할 부당거래가 아니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정책의 방향은 불확실하다.

투자할 자본은 돈을 가진자로부터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금융실명제의 실시 여부및 그 시기 방법을 둘러싼 정부 부서간의 의견
불일치나 이로인한 불확실성은 잠재적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투자자본의
예상수익률 계산을 불가능하게 하여 투자 결정을 유보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금융실명제의 실시 일정을 밝히지 못하는 사실 자체가 초래하는
불확실성은 그 일정을 밝힘으로써 예상되는 쇼크에 못지 않다는 것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개혁을 미리 일정을 밝힐때에 오히려 쇼크가 적을
것이다. 실명제는 그 실시단계를 예고하고 대책을 밝힘으로서
경제주체들이 능동적으로 적응하도록 시행되어야 할것이다. 금융실명제는
부동산 투기억제책과 종합과세제도등으로 금융자산 부동산 국내외 투자의
투자수익면에서 균형을 이루는 조정만 이루어 진다면 기득 계층의 반발이나
예상되는 부작용등이 그 유보이유가 될수는 없다. 과거의 게임 규칙을
고치면서 새로운 게임규칙을 확립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기업의 투자
유보기간 또한 길어지고 경기활성화도 지연될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책당국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