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8일 확정 발표한 "93년 정기법인세조사지침"은 생산적인
중소기업과 신설법인에는 세무조사면제라는 세정상의 특전을 주고 대기업
특히 부동산등 비업무용 자산이 많거나 기업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큰
대기업들에 대해선 "세정의 칼날"을 곧추세우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세정지원과 세수부족에 따른 세원관리강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돼 세정지원은 중소기업에,세원관리강화는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은 경제에 신바람을 불어넣자는
신경제5개년계획에 세정당국인 국세청도 한몫 거들겠다는 취지에서 나왔다.
신경제 1백일 계획에서 중소기업구조개선사업 추진대상으로 선정된 3천개
기업등 특별한 탈세혐의가 없는 생산적 중소기업을 조사대상에서 아예
제외키로 한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세청은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면제가 중소기업인들이 세무서
신경쓰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할수 있도록하는 심리적인 효과와
세무조사로 인한 추징세액을 내지 않아도 되는 직접적인 효과를 줄수있을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87년 이후 설립된 신설법인과 재해나 경영여건
변화로 경영압박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조사 면제도 같은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수있다.

이같은 세정상의 지원을 대기업까지 확대하는게 정책당국이나 재계 모두의
바람이다. 하지만 올해 세수예상이 어두워 국세청의 약속이 액면그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최근 몇년간의 경기부진으로 올해 세입은 정부의 당초
목표보다 2조원이상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세등 일부 세원에서
초과달성이 예상되기도하나 세수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는 목표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세원관리를 대폭 강화하는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국세청의 올해 조사지침은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들을 적어도 5년에 한번씩은 세무조사를 받도록 해 세무조사를
의식해서라도 세금을 제대로 내도록 하겠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이는
지난번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에서도 보았듯이 세무조사를 오랫동안
받지않았던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적지않은 세금을 탈루시키고 있다는
데 바탕을 둔다.

대기업들이 세금도 많이내지만 그에 비례해 세금탈루도 많은 것으로
밝혀진 만큼 올해는 50대 계열기업에 속하는 대기업중 87년도이후 한번도
조사받지 않은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조사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그결과
올해 대기업들의 세무조사는 전체 기업의 18%선으로 작년의 15%선 보다
3%포인트 가량 높아질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집중 타킷으로 삼는 기업은 부동산이나 주식등
기업활동과 직접 관련없는 "재테크"용 자산이 많은 기업들과 기업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큰 "불량"기업들이다. 이를위해 우선 대기업의 구분기준을
현행 외형(매출) 1백억원이상에서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이 1백억원이상인
기업들로 바꿨다. 대략 4천여개의 대상기업중 무역업체나 도소매업체는
앞으로 대기업군에서 빠지는 대신 부동산임대업 음식숙박업등이 대거
대기업군으로 편입돼 국세청의 까다로운 세무조사를 받게된다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대기업들의 "성실"신고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번에 새로 선보인
제도가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작위추출(랜덤 샘플링)방식.
조사대상기업을 말그대로 무작위로 선정,어떤 기업도 조사대상이
될수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사대상기업의 80%가량인 약
3천개기업을 그동안 방식대로 전산평가결과나 평소 세원관리내용등에 따라
정하고 나머지 20%인 8백개정도의 기업을 무작위추출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그동안 신고내용과 재무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왔던 기업이라도 이제는 "운이 없으면"
세무조사대상으로 뽑히게 된다. 다른 기업보다 조금 더 "성실"하게
신고했다고 결코 안심할수 없다는 얘기다.

법인세는 95%이상이 기업들 스스로 신고납부하는 세금이다. 법인세조사는
기업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것보다 스스로 성실신고하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매년 강력하게 실시된다.

<육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