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와 경기도 일대의 많은 농토가 `쓰레기 매립장''으로 바뀌고 있
다.
쓰레기를 값싸게 버리려는 업자와 농사보다 쓰레기 매립 대가에 눈독을
들인 농지소유주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논밭에다 콘크리트.철근 덩어리와
산업쓰레기를 불법으로 내다묻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멀쩡한 논밭이 심하게 훼손될 뿐 아니라 토양.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일 경기 남양주군 조안면 삼봉1리 774 일대 논 6백여평은 이미 2~3m
높이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해 있었다.
이곳은 애초 이 마을 이아무개씨 소유의 `문전옥답''이었다. 더욱이 이
일대는 팔당댐 주변의 상수원보호지역이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시영아파트와 단독주택 건물들
을 부순 뒤 나온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근, 나뭇조각, 쓰다버린 주방기기
와 이불 등 각종 쓰레기 15t 트럭 3백여대 분량이 뒤덮이면서 흉칙한 쓰
레기매립장이 됐다.
이 논의 임자가 15t 덤프트럭 1대마다 4만~5만원씩의 돈을 받기로 하고
쓰레기 운반업자에게 이런 건축폐잔물과 쓰레기를 이곳에 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쓰레기운반 트럭운전사들에 따르면 이런 불법사설매립장은 이곳뿐아니
라 서울 강동구 하일동 등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 광주.양주.남양주.가
평군 등 수도권에 수백곳이 넘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도권 지역의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활발해짐에 따라 쓰레기
운반업자들이 곳곳에 농지를 물색하고 다녀 쓰레기 매립농토는 크게 늘어
날 전망이다.
경기도 양주군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1천여대의 쓰레기 차량들
을 적발해 되돌려 보냈으며, 남양주군에서는 불법매립 고발건수가 9건에
이른다.
이렇게 건축폐잔물과 산업쓰레기의 논밭 불법매립이 급증하게 된 것은
지난 3월초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문을 닫고서부터다.
쓰레기 운반업자로서는 운반거리가 멀고 처리비용도 t당 8천원이나 하
는 김포매립장에 비해 운반과 처리비용을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어
수도권의 농지에 쓰레기를 몰래 묻고 있는 것이다.
농지소유주들 또한 수지가 맞지 않는 농사 대신 매립대가로 땅값 이상
을 벌 수 있는데다 형질변경을 하기도 쉬워 이들 운반업자의 권유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불법매립이 극성을 부리자 경기도는 최근 특별단속 지시를 내리기도 했
으나 인력 부족과 처벌규정 미흡 등으로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