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하한기가 없어지고있다. 지루한 장마가 끝난후 이같은 현상은
연극계의 전반적인 장기공연붐 등 호황 분위기에서 방학 기간인 여름이
관객을 끌어들일 수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더위를 피해 즐길 수있는
작품을 내놓는 극단이 늘고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 동숭동 대학로주변 극장에서 막을 올렸거나 공연될 화제의
작품은 5편. 4일 개막된 극단 반도의 "햄릿머신"(31일까지 성좌소극장),
5일 막을 올릴 연우무대의 "사랑을 찾아서"(29일까지 연우소극장),극단
제3무대의 "쥐덫"(13일부터 29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극단 서울의
"전사의 자식들"(19일부터 9월22일까지 바탕골 소극장),극단 예우의"비"
(9월9일까지 충돌1소극장)등이다.

이중 "쥐덫"은 극단 제3무대가 무더위를 식혀줄 기획상품으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 포스터에 나붙은 "93년 여름에 출현한 피서법"이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잔혹성을 내포한 추리극이다. 추리문학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애거사크리스티의 1952년작으로 기네스북(세계 최장기공연)에 올라 있고
국내에서도 극단제3무대가 지난85년까지 1백50여회의 공연을 가진바있다.

박영희 번역 정운 연출로 공연되는 이번 무대에는 메카프역에 이희성,
크리스토퍼렌역에 하덕성 등 9명의 남녀배우가 앙상블을 이룬다.

"전사의 자식들"은 소포클레스의 희랍비극 "엘렉트라"를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친족간의 복수로 얼룩진 아트레우스가의 마지막 자식들이 겪게되는
비극적 삶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폭력과 살인의 내부에 숨겨진 인간본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무엇엔가 끊임없이 집착해야만 하고 그래서 증오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그리고있다. 송선호연출.

충돌1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비"는 서머싯 몸 원작으로 작가 자신이
타이티섬으로 가기위해 호놀룰루에서 배를 기다리다 그곳의 홍등가인
아이웰리를 경찰들이 급습하는 것을 보고 구상한 단편소설. 호놀룰루에서
탈출,낡은 호텔에서 자신의 방으로 주위의 남자들을 끌어모아 난잡한 춤을
추는등 시끄럽게 하는 창녀 새디를 창녀 수용소로 보내려는 목사의 의도와
이에 대항하는 새디의 거부반응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통해 목사와 창녀의
삶의 가치를 그렸다. 이진수번역 이정섭연출.

김광림 작.연출의 "사랑을 찾아서"는 지난90년 "그여자 이순례"라는 제명
으로 발표돼 호평을 받았던 작품. 어느날 신축중인 건물에서 떨어져 죽은
김억만 이라는 50대 중반의 사내가 2년전 10억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
이 밝혀지면서 시작되는 이연극의 주제는 불신주의에 빠진 이시대에 잃어
버린 사랑의 회복.

이번공연에는 영상과 그림자,육체언어등의 삽입을 통해 시각적 무대효과를
극대화 하고있다. 남녀주인공에 박연과 김호정이 캐스팅 되는 등 신진배우
6명이 출연한다.

극단 반도의 "햄릿머신"은 브레이트 이후의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 작가
인 하이네 뮐러의 작품으로 주제는 "부패한 역사". 기존극과는 달리 대화가
없고 오로지 독백과 행위로만 극이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연극이다.
윤시향 번역 채승훈 연출의 이극에는 행위예술가인 심철종과 신인 윤복인등
15명의 배우가 동원된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