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전 고려대 총장이셨던 김준엽 선생님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선생님은 당신의 필생의 소원이 나라의 법통을 바로잡는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해방후 우리 정부가 가장 잘못 처리한 일중의 하나가 친일파 처리 문제
였고 그때부터 나라는 정도를 잃어 쿠데타가 일어나고 부정부패가 만연해도
강력하게 맞서지 못하게 된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하셨다.

나라를 팔고 동족을 판 매국노의 후손은 잘먹고 잘살고 출세를 하고 나라
를 위해 생명을 버린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유랑걸식하는 사회에서 어느
누가 나라가 위급할때 생명을 내놓을 것이냐고 한탄하셨다.

그런데 이제 조국의 광복을 위해 만리타국에서 임시정부를 세우고 일본과
싸우다가 해방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쓸쓸히 숨져간 임시정부 요인들의
유해가 비로소 고국에 돌아와 10일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정통성
을 비로소 찾았고 지난달 3일 중국으로부터 유해 봉환 수락을 공식 통보
받은 정부는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게 되었던 것이다.

광복 48년만에 이제야 그리던 고국땅으로 돌아오신 다섯분을 맞은 우리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얼굴을 들지못할 정도로 죄
스럽고 송구한 마음 금할길 없다.

그동안 참으로 어둡고 힘든 세월을 살아왔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고 이제
부터야말로 나라가 제대로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오는 10일,애국선열 5위의 유해를 안장하는 엄숙한 제전일에는 전국민
이 조기를 게양하고 그분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려야겠다. 그리고 이일
을 계기로 고국에서 혹은 중국에서 이름없이 독립운동을 하다 숨져간 조상
들도 발굴해서 세상에 널리 알리는 일도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