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는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꿈을 형상화한 영화다.

지난해 제64회 아카데미상 외국영화상수상작인 이 작품은 "자전거
도둑""길""해바라기""시네마 천국"등의 맥을 잇고 있는 이탈리아영화다.
스타급 배우가 없어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

2차대전의 끝무렵 이탈리아해군은 그리스의 작은 섬에 8명의 병사를
파견한다.
예술을 좋아하는 중위, 허풍장이 상사, 아내가 그리워 끈질기게 탈영을
시도하는 병사 등 오합지졸인 이들은 섬에 도착한 첫날밤 당나귀때문에
다투다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수단인 무전기를 부서뜨리고 만다.

병사들은 차츰 전쟁과 조국과 세월을 잊고 낙원과 같은 섬에서
현지화돼간다. 성당의 벽화를 그리고 수류탄으로 물고기를 잡고 해변에서
종일 축구를 하고 섬에 한사람뿐인 창녀 바실리사와 단체로 사랑도 나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어느날 이들은 불시착한 전투기 조종사로 부터 전쟁이
이미 끝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시 번잡한 땅으로 돌아가야하는
운명이 이들앞에 있다.

가브리엘 살바토레감독은 호머의 서사시"오디세이"를 탈속의 꿈이라는
메시지로 패러디하고 있다. 은둔과 자연화를 지향한 도가적 정서와도
거리가 멀지 않다. 눈부실 정도로 작열하는 지중해의 태양빛이 가득한
화면속에서 유럽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권령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