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미가 없다.
그래서 기업은 물론 일반국민들은 답답하다. 정부당국은 겉으로는
낙관적인 진단과 전망을 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초조해 있는것 같다.

정부는 11일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 주재로 신경제점검회의를 열었다.
이자리에서 경제기획원차관보는 최근의 경제동향을,이경식부총리는
신경제5개년계획의 3.4분기 추진계획을 보고했고 기업의 설비투자를
강력하게 유도하는등 경기대책이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기업의 설비투자 저해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업종전문화,노사관계,금리자유화,통화신용정책등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측의 확실한 입장을 빠른 시일안에 마련키로 한것은
일단 올바른 선택이다.

김영삼대통령은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데 더욱
노력하고 기업에 정부정책을 이해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은 그동안의
경제정책집행에서 어떤것이 문제였는가를 엿볼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변화와 개혁은 거스를수 없는 시대적요구이며 경제활성화 역시 잠시도
멈출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 그리고 경제활성화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경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살려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우리는 이번 신경제점검회의를 보고 몇가지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경제흐름을 몇가지 거시지표를 가지고 설명하면서 다소
낙관적으로 경제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가가 안정되고 국제수지는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복의 폭과 속도는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투자가 부진하여 경기가 어렵게 느껴지고 있다는게 당국의
진단이다. 이는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현재 물가안정을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이상저온현상으로
인한 농작물흉작예상은 물가불안요인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투자부진 그 자체가 경기부진의 핵심인데
이러한 투자부진을 경기를 어렵게 느끼게 하는 요인이라고 가볍게 다루고
있다.

둘째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를 증폭시킨 것은 정부당국자였다는 점을
이시점에서 겸허하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통성있는 문민정부는 국민의
기대속에 출범했고 짧은 기간안에 획기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진,국민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경제란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모습을 100일안에 달라지게 하겠다고 했고 그것은 그 정책의도와는
달리 경제회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증폭시켰던 것이다. 이번
신경제점검회의에서 김영삼대통령은 경제란 하루아침에 달라질수 없는
것인만큼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일찍
했어야 하는 적절한 지적이 아닐수 없다.

셋째로 정부가 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이 말처럼
간단한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정부의 정책이 분명하고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정책과 관련된 기업이나 국민들이
따라주지 않을때 그 정책은 표류할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적극적인 자세로 투자를 해야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투자유인이 없거나 정부정책에 대한 기업의 이해가 부족하다면 투자부진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김영삼대통령의 경제팀이 기업대표를 만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지시했다. 이는 경제팀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앞으로의 정책추진계획을 보면 예컨대 대기업집단의
업종전문화 시행방안을 민.관협의를 거쳐 10월까지 확정한다고 돼있다.
말로는 민.관협의라고 하지만 정부가 마련해 놓은 방안을 그대로
민간기업에 강매하는 방식이었던게 그동안의 관례였다.

경제계획의 수립에서 중요한 것은 그 계획의 내용보다도 계획을 작성하는
과정이다. 계획작성과정에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나 각계각층의 견해를 수렴하게 된다면 계획작성 그 자체가 어느정도
그 성공적 집행을 보장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점을 충분히
고려했으면 한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의 정책방향에는 혼선이
있었고 이는 기업의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신경제는 이제 출발단계에 불과하다. 변화와 개혁을 한다면서 지나치게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서도 안되지만 민간의 창의와 참여가 배제된 정책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여서도 안된다. 투자부진은 전적으로
정책불확실성의 결과다. 정책의 불확실성제거의 과정을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