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의 효용은 대체로 두가지로 생각될수 있다. 배지를 귀금속으로
만들지 않는한 여성들의 옷에 달고다니는 패물과는 물론 다르다. 배지
의 첫번째 효용은 구별 내지 식별을 위한 것이다. 회사원들이 자사의
마크가 새겨진 배지를 다는 경우라든가,학생들이 학교마크의 배지를
착용하는 경우이다. 한때는 직장이 있는 사람이나 학교에 재적한 학생
은 거의 예외없이 이 식별용 배지를 달고다녔다. 개성주도 사회로 접어
들면서 이런 배지는 점점 모습을 감추어가고 있는 경향이다.

또 하나의 배지는 과시용 배지. 자신의 지위나 힘을 돋보이게 하기위한
심벌인 셈이다. 마치 산속의 고슴도치가 외부로부터 위협을 느끼면 자신
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피부의 바늘을 잔뜩 치켜세우는 이치와 흡사하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애용"하는 금배지가 바로 그런것이다.
일본국회의원들의 것은 배지중앙에 금방울을 한점 떨어뜨린것과 같은
모양인데 비해 우리 국회의원들의 것은 한가운데에 큼직하게 "국"자를
새겨놓고 있다. 권위상징에 관한한 우리쪽의 배지가 더 솔직한 감이
없지않다.

그런데 이런 유의 어느것에도 속하지 않는,세계에 단하나 밖에 없는
예외가 있다. 김일성배지. 전인민의 충성맹세용이다. 권위의 심벌용으
로는 백미인 셈이다. 배지의 모양은 깃발모양(당의간부용) 부채모양
(정부의 중간층부용) 원형(일반주민용)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그속에는
하나같이 김일성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 초상화가 최근에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인민복차림의 사회주의
냄새가 풍기던 모습을 날렵한 양복차림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배지의
크기도 약간 작아졌다한다.

배지속의 주인공이 인민복을 입었건 신사복차림이건간에 최고권력자의
사진을 자나깨나 몸에 달고 다녀야 한다는것은 고역일수 밖에 없다.
8.15해방을 맞아 소련군대의 힘을 등에 업고 "스탈린배지"를 자랑스럽게
앞가슴에 단채 귀국한 김일성의 젊었을때의 모습이 오늘을 사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과 겹쳐보이는 느낌이다.

최근에 조각을 끝낸 호소카와(세천)일본신총리는 취임첫회견에서 "권위
를 상징하는 배지는 일체 패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새정부의 신선
감을 한층더 돋보이게 하는 작은 결단으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