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전격 실시가 발표된 뒤 첫날인 13일 오후 2시부터 전국의
각 은행이 개점하자마자 예금을 찾으려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었다.
일부 은행들은 `금융실명제 상담창구''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바뀐 제
도를 설명해 주는 등 최선을 다했으나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당
황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고객들은 주민등록증이나 현금카드를 미처 준비해 오지 못해 예
금을 찾지 못하게 되자 곳곳에서 은행직원과 승강이를 벌였다.
한편 동사무소에는 실명제와 관련, 주민등록증분실신고와 주민등록등
본을 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였으며 병원의 퇴원
환자들이 예금인출을 제때에 못해 퇴원을 미루는 경우도 있었다.
*** 은행창구 ***
서울 영등포구 조흥은행 여의도지점의 경우 오후2시 개점하자마자 1
백여명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 큰 혼잡을 이뤘으며 대부분 주민등록
증을 갖고 오지 않아 예금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50만원을 인출하기 위해 이 은행을 찾은 조은주씨(35.상업)는 "신규
계좌를 개설할 때 신원을 확인해 놓고 이제와서 무슨 주민등록증이 필
요하느냐"며 은행직원에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 명동 상업은행 명동지점에서도 1백여명의 고객들중 30% 가
량이 주민등록증을 가져오지 않아 발길을 돌렸는데 자신의 상호명인 H
상사 이름으로 거래를 해왔던 김모씨(45)는 은행직원으로 부터 실명계
좌로 전환하려면 최근 5년간 이자소득의 43%를 세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는 설명을 듣자 그냥 돌아갔다.
*** 동사무소 ***
실명제 실시 첫날인 관계로 동사무소를 찾는 사람이 평소보다 크게
늘지는 않았으나 동사무소 관계자들은 "주민등록증 분실자나 주민등록
증이 없는 미성년자 해외근무근로자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찾기 위해서
는 주민등록등본으로 신분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창구업무가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병원 ***
13일 오후2시에서야 은행들이 문을 여는 바람에 각 병원에서는 치료
비납부가 늦어져 환자의 퇴원이 지연됐다.
서울영동세브란스의 경우 이날 60여명이 퇴원자가 있었으나 예전의
경우 이같은 수의 퇴원수속은 오후4시경이면 모두 끝낼 수 있었으나
이날 오후4시경까지 퇴원수속을 마치지 못한 환자들이 20여명에 달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