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크고 깊은 나라라서 별 큰일은 없을 것이라지만 물난리에다 가뭄소동
폭풍을 함께 겪고 있는 미국의 경제계로서는 뒤숭숭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장사속도 별 재미를 보지못할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나 요즘 미국경제계가
은근히 기대를 갖고 기다리는게 있다.

다름아닌 백 투 스쿨(Back to school)경기이다. 9월의 첫째 아니면 둘째
월요일에 시작되는 각급학교의 개학을 낀 특별수요가 전 미국의 상가를
휩쓸기 때문이다.

빨고 깁기보다는 새유행 새로운 것에 더 흥미를 쏟는 미국의 소비자들은
어린이들의 성화까지 겹쳐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일습을 마련하기
십상이다. 한가구당 평균 2백여달러씩 모두 20여억달러가 이때 뿌려지는데
하한기를 넘어서는 소매 유통업계로서는 더할수 없는 꿀맛일뿐더러
다가오는 연말경기를 점칠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금석이어서 이래저래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백화점들에는 요즘 가을옷이 꽉꽉 들어찼고 저마다 손님 끌기에
혈안들인데 전반적인 분위기는 아무래도 긴장감이 돈다.경기회복에대한
자신이 없고 주변 여건 또한 달가운게 별로 없기때문이다. 여차직하면
세일로 매상이나 올리고 재고처분에 매달려야 할판이니 그럴만도 하다.

"백 투 스쿨"경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한국인
들의 관심도 크다. 각급 학교의 개학특수가 나타나는 품목들이 한국인
들과 연관이 많은 의류 가방 학용품등이기 때문이다. 한국의류는 이젠
미국시장에서 제법 고급화가 되어있다. 미국의 업자들은 더이상 한국
에서 값싼 옷을 만들어오려하지 않는다. 대신 정교하고 값비싸게 팔수
있는 제품들만을 만들어 온다.

하류백화점에서는 눈을 부릅뜨고도 코리안제를 찾을수 없고 여기저기
눈에띄는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 홍콩 멕시코 인디아 타이완이다.

교포의류업자들도 중국 아니면 남미의 도미니카에 가서 제품주문을하고
요즘은 멕시코를 많이 찾는다.

한국제 의류는 중류이상의 백화점들에나 가야 만날수있다. 그러나 그것도
모두가 주문자 상표 부착일뿐 한국의 브랜드를 내걸고 장사를하는 회사는
아직 없다.

의류다음의 "백 투 스쿨" 주요 품목은 책가방이다. 책가방중에서는
냅색(Knapsack)으로 불리는 두 어깨에 매도록 한 가방이 단연 으뜸이다.

부피가 넉넉한 편함이있고 크기와 소재가 다양할뿐더러 무거운 책의
수송수단으로는 안성맞춤이라 10년이 넘게 인기를 끌고있다. 냅색은 원래
가발만큼이나 코리안들이 휩쓸던 품목. 요즘은 역시 모두들 중국으로
몰려가서 만들어온다.

작년이래 냅색분야는"잔스포츠"사가 휩쓸고 있는데 그 와중에서 죽을
쑤고 있던 여타업체들이 올해들어 너나없이 카피(모방.모조품)에 나섰다.

카피전선에는 민족이나 국경이없는 것이어서 미국인을 필두로 중국인
한국인 서반아인 모두가 나선 상태. 그러나 아무래도 중국인과 한국인이
그중 돋보이는 편에 속한다.

어쨌거나 알래스카에 공장을 갖고 있는 워싱턴주 소재 쟌스포츠회사는
애초 등산용품으로 냅색을 팔아왔는데 어였한 학용품회사가 되어버렸다.

잔스포츠의 제품은 기존의 책가방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들에게 믿을수
있는 단단한 제품으로 인식된데다 신선하고 현대적이면서도 품위있는
디자인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성공했다.

이들은 끊임없는 디자인과 색의 변화로 타사제품과 모조품을 떨쳐버리
려고 필사적이지만 언제까지 정상을 지킬지는 누구도 알수없다.

잔스포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것이 "이스트 팩"이다.

한국업체로는 뉴욕의 "나스"사와 "혁가방"의 두 회사가 자체 브랜드로
전국적인 성가를 상당히 쌓아놓고 있다. 이들의 디자인과 색감은
미업계에서도 주목할 정도가 되었다. "나스"는 아직도 한국에 공장이 있는
반면 "혁"은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오고 있다.

이 두회사는 오리지널보다 나을성 싶을 정도의 모조제품 10여가지씩을
2주일전부터 출하해 인기를 끌고있다.

그외 스니커중심의 신발과 순수 학용품수요가 나타나는 가을학기 경기는
8월중순부터 열을 뿜기시작,개학 전주말에 폭발해서 9월중순까지 서서히
식어간다.

아직까지 별볼일없던 93년도의 경기회복 여부는 그때가서야 서막을
보여주는 셈이되고 나아가 94년의 경제를 점칠수있는 가닥을 잡을수
있게도 해준다. 과연 금년도 "백 투 스쿨"경기는 어떨 것인지 궁금
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