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큰 손" 사채시장의 전주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느닷없이"터져나온 금융실명제의 여파로 당장 둥지를 틀 곳을 잃게 된
사채전주들이 활로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수천 수백억원의 뭉칫돈을 소리소문없이 주무르며 "제3금융권의 터줏대
감"을 자임해온 이들이지만 비실명계좌의 인출동결조치로 꼼짝없이 손발
을 묶이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 파악하고 있는 사채시장규모는 최소한 10조원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동과 강남일대에 점포를 차려놓고 영업하고 있는 "기업형사채전주"로
부터 여유자금을 친지나 거래처등에 돌려온 "아르바이트형 전주"까지 유
형도 다양하다.
이같은 사채전주는 줄잡아 1만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모으는 사람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
는 돈을 굴려온 "큰 손"들.

역설적이지만 이들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해온 "비중"은 산업정책의 총
본산인 상공자원부가 실명제가 단행되자마자 명동사채시장을 수소문,큰
손들의반응부터 타진한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서울일대에만도 5백명안팎은 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큰 손"들은 은행등
금융기관에 가명등의 계좌를 트고 수시로 입출금,기업들이 급히 융통을
필요로 하는 어음을 할인해주는등 1,2금융권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온
기업들의 자금수요를 채워줘왔다.
명동사채업자들이 스스로를 "제3금융권"이라고 자임해온 것도 이런 배경
에서고 실명제파동으로 당장 중소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된 것도
이들 사채전주들이 도시 꼼짝하기 어렵게 되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