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재계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번주 들어서만도 지난
17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단독으로 만난데이어 18일에는
경제5단체장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앞으로도 시간이 나는대로 다른총수들을
개별적으로 만날 예정이다.

이는 김대통령이 취임후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대기업그룹총수들과의
만남을 극도로 자제해온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재계총수와의 독대를 애써 피해온 관행을 깬데 대해 여러가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있다.

<>.김대통령이 재계총수들과의 본격적인 접촉을 시작한 배경과 관련,
경제계에서는 다음 몇가지 분석들을 하고있다.

첫째 경제회생을 위한 기업인의 역할을 김대통령이 새롭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새정부는 출범후 신경제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쳐왔으나 실물경제는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않고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기업인들이 주변경제
환경을 불투명하게보고 투자를 꺼려온 때문으로 분석되자 김대통령은 이들
기업인들을 어떤형태로든 독려하고 안심시킬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지난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 석상에서 "앞으로
필요할경우 내가 직접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를 독려하겠다"고 말한것은
바로 이를 뒷받침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또 이경재 청와대공보수석이 이건희회장의 독대사실을 확인해주며 "앞으로
기업총수를 기회가 있는대로 만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인것으로 안다"고
밝힌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둘째 실명제 전격실시에 따른 기업의 이해를 촉구하기위한 "만남"이란
분석이다. 금융실명제는 사실 그 충격과 파장이 "경제혁명"으로 불릴만큼
크다. 따라서 이의 차질없는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점을 고려, 김대통령은 앞장서서 기업인들을 만나 이해를 촉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있다.

또 그동안 정경유착등의 오해를 우려해온 김대통령이 이제는 "기업인을
만나도 될 시점"으로 판단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같은 판단의 계기를
제공한것이 바로 "실명제"라는 지적이다.

다시말해 김대통령은 전례로보아 기업인들과의 독대과정에서 비쳐질수도
있는 의혹을 우려, 정치자금및 특혜성 대기업인 접촉을 꺼려왔으나 실명제
실시로 이제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킬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됐다는 지적이다.

<>.재계에서는 지금 김대통령과 이건희회장과의 독대과정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을까에 관심이 쏠리고있다.

또 첫번째 독대의 상대자로 청와대측은 왜 이회장을 택했을까도 궁금해하는
대목이다.

이와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노사관리를 모범적으로
해오고 있고 현재 추진중인 자기변신 노력과 기술개발및 의식개혁운동이
새정부의 신경제정책과 부합되며 국내 최대기업군의 총수에게 격려와함께
정책자문을 받기위해 이 자리가 마련된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고간 이야기는 주로 경제이야기였던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을 물었고 실명제 실시에따른 협조당부와함께
의견청취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이 추진하고있는 "자기변신"
캠페인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의견을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이에대해 이회장은 실명제실시에따른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장과의 회동및 이건희회장과의 독대를 시발로 김대통령의
대기업인 접촉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대통령 스스로
"필요하면 직접 기업인을 만나겠다"고 밝힌데 이어 금주들어 있었던
기업인과의 만남이 매우 유익했던 것으로 자체평가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제비서실은 "앞으로도 어떤 형태로든 김대통령과 기업인과의
회동이 있을것"이라며 "그 대상 시기등은 대통령의 뜻과 일정을 감안해
선택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경제계 일각에서는 기업총수들에 대해 갖고있던 청와대의
선입견이 차츰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총선및 대선을
치르며 극도로 나빴던 김대통령의 일부 기업인에 대한 불신도 그동안
기업인들과의 접촉과정을 통해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기도
하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안에 몇몇 그룹총수들에 대한 "보이지않는 규제"조치가
해제되지 않겠느냐 하는 성급한 추측도 나돌고있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