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학교에 갔다가 학장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었다.
학생들에게 강의도중 골프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나셨음을 쉽게 알수 있었다. 학생들 가운데는
나의 자질을 의심하면서 학교당국에 항의해 온 적도 있다고 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한말에 관해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법대생이다. 그들은 대부분이 사법시험에
합격, 법룰가가 되는것이 꿈이다. 다른학과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획일적이지만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할수 있다. 그들에게도
장단점이 있다. 고루해지고 편협해지는 경향이 좋지 못한점이다.
한가지의 법률지식은 백가지의 일반지식을 토대로 한다. 법률가에 있어서
편견을 가지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나는 학생들이
편견이나 선입관을 갖지 않게하기위해 온갖 얘기를 모두 한다.

대학시절 공부하던 얘기에서 시작해 산에 가서 여자를 만난 얘기, 아침
일찍 이웃집 아저씨와 골목길을 쓸던 얘기, 룸살롱에 가서 술마신 얘기,
그리고 골프치는 이야기등 온갖 신변잡화에 관하여 서슴없이 말하고
또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늘 결론은 "보다 많은 자유를 위하여 대학시절엔 보다 많은
억제와 포기를 하면서 하루빨리 목표를 위해 매진할 것"을 요구한다.
또 "판.검사 변호사가 이 세상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작으나마 보람을 느낄수 있는 직업임은 틀림없는 것 같으니
더 큰일을 찾지 못했거든 이 공부라도 열심히 하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학생들은 내가 룸살롱얘기를 하는 것은 항의하지 않았을까.
학생들은 왜 술집에 가자고 하거나 "놀려거든 소문나게 놀아라"고 한
얘기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을까. 왜 유독 그들은 온갖 저질스런
얘기 가운데 골프만을 내세웠을까.

최근 한자료에 의하면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1백53개, 태국에는 1백20개,
인도네시아에는 90개,필리핀에는 64개의 골프장이 있고 일본에는 2천여개
의 골프장과 함께 3백50개의 골프장이 건설중이라고 한다.

아시아를 비롯한 이같은 세계적 골프붐은 각국마다 환경문제나 토지이용
문제등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골프는 사회적 환경적관점에서 국제적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셈이다.

이에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도덕적측면"을 중심으로 골프를 시비의
대상으로 삼고있는것 같다. 골프의 도덕성에 의문이 없으면 학생들의
항의도 없었을것이란 생각이다.

그런데 사실 골프는 도덕성에 관한한 본질적으로 문제가 없는 스포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