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면 바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2단계금리자유화가
실명제로시기선택이 다소 어려워졌다.

정책자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신금리와 2년이상 장기수신금리가 자유화
되는 2단계금리자유화는 은행돈을 빌려쓰는 기업측에서 보면 적지않은
부담이 될수도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시행시기에 관심이 쏠렸었다. 미국
등에 약속한 개방계획에 따라 2단계자유화를 올해안에 실시해야한다는
대원칙은 이미 정해져있는 만큼 구체적인시점이 언제냐에 기업과 금융기관
들이 촉각을 곤두세웠었다.

지금까진 실명제실시전 이환균 재무부 1차관보가 "자금수요가 많은 추석
(9월30일)이 지나면 가능한 바로 단행하겠다"고 밝혀 10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어차피 할일이라면 가급적 조기에 하자는 의견들이 많아
10월단행설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었다.

문제는 예상치못한 실명제가 실시돼 통화금융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고 영세기업들이긴 하지만 기업자금에도 적지않은 영향이 나타나고
있어 과연 예전계획대로 추진할수있을 것인가가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실명제의 파급효과가 당초 우려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물결이 펴지듯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어서
시기선택이 쉽지않을리라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아직까진 실명제로 2단계자유화조치를 어떻게 할것인지에 관한 당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거시지표의 조정문제도 아직 "안할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방침만 밝혀졌을뿐 명확한 계획이 나온게 아니어서
금리자유화의 시기조정문제가 진지하게 거론 될 만큼 다급한 현안이
아닐수도있다. 그러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관심은 남다르다. 기업들은
자유화로 리가 오를 것인지 아닌지, 금융기관들은 수지가 얼마나
나빠질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있어 시기에 관한 당국의 입장정리가
이들에게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이경식 부총리는 최근 "추석은 넘기돼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10월실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명제이후
2단계자유화조치시기에 관한 단서는 현재로선 이부총리 얘기뿐이다.

한은은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않고있다. 다만 시기선택문제가
어렵다는 점만 얘기하고있다.

관계자들사이에서는 자유화시기를 "연내전제"를 대원칙으로 하되
추석지낸후 바로 하자는 측과 시장동향을 감안, 다소 늦추자는 의견이
엇갈리고있다. 물론 연내실시원칙을 준수한다면 연말까지 4개월여밖에
남지않은 만큼 그범위안에서 앞당기거나 늦추더라도 시차는 1- 2개월정도
밖에 안된다. 다만 금융정책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금융시장의 선순환을
조금이라고 자극하지 않기위해 세심하게 추진해야한다는 점에서 1-2개월의
조정도 의미가 적지않다.

실명제에도 불구하고 추석지낸후 바로 하자는 측은 기왕에 맞을 매라면
빨리 맞자는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대외적으로 공약한 금리자유화로서
어차피 실시해야할 과제인데 굳이 늦추어가면서 자유화로 인한 부담을
지연시키는 것은 실효가 없다는 주장이다.

다소나마 시간을 늦추자는 사람들은 실명제로 충격과 혼란이 예상되는
금융시장에 자유화라는 또다른 충격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펴고있다. 아직 금리가 뛰거나 자금시장이 핍박받는 부작용은
나타나지않고있으나 이는 태풍전야일 뿐이다. 금융계에서는 실명전환
의무만료기간이 오는 10월12일전후에서 눈치를 봐온 큰돈들이 움직이면
금융시장에 회오리바람이 불것을우려하고있다. 이런 불안속에 금리자유화
가 단행된다면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맞을 가능성이
커 일단 실명전환 만료기간이 지나고나서 금융시장의 동향을 봐가면서
적기를 택하자는게 이들의 견해다.

일부에서는 실명제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증폭된다면 올해안에
시행한다는 원칙마저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금융계는 이처럼 실명제로 인한 금리자유화선택시기가 고민거리고
등장할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만큼 자유화조치를 실명제전에 시행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순전한은총재도 최근 모 신문과의 대담에서 금융구조를
어느정도 정상화시킨 다음 실명제를 추진하는것이 순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든 현재 상황에서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실명제파도에 휩쓸릴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2단계자유화조치라는 또다른 충격파를 눈앞에
두고 불안해하고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