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시대가 오고있다. 이제 샐러리맨들은 숨어있을수있는 안식처
하나하나를 모두 빼앗기고 있다. 옛날에는 새마을호를 타거나 제트
여객기에 몸을 싣기만 하면 내 세상이었다. 마음놓고 낮잠도 잘수
있고 또 언제 호출명령이 내릴지도 모르는 전화벨소리에 흠칫흠칫 놀랄
필요도 없었다. 또 일일이 업무보고같은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놈의 뉴미디어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에 요새는 사정이 달라
져가고있다. 그 첫번째 적은 삐삐(무선호출기)이다. 어딜가나 사람을
불러대는데는 정말 질색이다. 더구나 시내버스를 탔거나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있는데도 그 놈의 삐삐는 용서나 사정이란게 없다. 그렇다고 삐삐의
단추를 오프로 돌려놓았다가는 큰일이다. 왜 꺼두었는가 하는 과장
부장님들의 잔소리는 참을수가 없다.

그런데 그 삐삐도 모자라서 요새는 핸디폰인가 휴대폰인가 하는것 마저
갖고 다니란다. 이놈 때문에 기차안에서마저 제대로 잠을잘수 없다.
통화가능지역이라면 어디라도 따라다니니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제트여객기에까지도 요새는 공중
공중전화란것이 생겼다나. 다행히 미국(84년부터)이나 일본(86년)의
이야기이고 아직도 국내선에는 설치되어 있질 않다. 그러나 얼마 안있으면
국내선에도 설치하게 된다니 이제 마지막 남은 성지마저도 빼앗겨버리게
될것 같다. 물론 미국서도 아직은 공대지 즉 비행기내 공중전화로부터
지상은 불러낼수 있으나 지대공 즉 지상으로부터 비행기내 승객은 불러
낼수 없다니 그나마도 다행이다. 그러나 웬걸 곧 얼마 안있으면 지대공
전화도 개설된다니 도대체 샐러리맨들의 숨을 곳, 안식처는 어디에
남아있을까.

그 뿐이랴. 이제 더 무서운 무기가 나오고 있다. 다름아닌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범세계위치확인기)가 그것이다. 단추만 누르면
즉석에서 현재머물러 있는 위치가 10m정밀도로 나타나고 내가 갖고있는
GPS의 고유번호만 누르면 집에계신 마누라님께서, 지금 한창 즐겁게
마시고 있는 요정의 위치까지 알아낼수 있다니 이것 정말 어찌하면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