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제독은 방에 없었다. 이미 일어나 밖으로 나간 모양이었다.
닐 공사는 그대로 잠옷바람으로 허겁지겁 갑판으로 나가 보았다.

쾅! 콰쾅! 콰쾅!. 여전히 여기저기서 어둠을 찢으며 총소리는 밤바다를
뒤흔들 듯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었다.

갑판에 서서 기습해온 사쓰마병들의 격퇴를 지휘하고 있는 쿠바 제독을
보자 닐 공사는 얼른 다가가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하고 물었다.

"기습을 해왔지 뭡니까" "이놈들이 그러면 우리를 속였단 말인가. 고이얀
놈들 같으니라구"
닐 공사는 어둠 속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날이 밝으면 당장 공격을 해야겠어요. 응징을 해야지, 이놈들 가만히
놔둬서는 안되겠지 뭐요" "그래야겠소" "본때를 보여줘야 정신을 차리지"
"맞어. 나쁜 놈들"
두 사람은 배신을 당한 분함을 못 참겠는 듯 아직 술이 덜 깬 그런
목소리로 분통을 터뜨렸다.

발각이 되어 총격을 받게 된 특공결사대는 흑선 위에 발을 한 번
디뎌보지도 못하고 허둥지둥 배들을 돌려 모두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인질작전에 이어 기습작전 역시 깨끗이 실패를 하고만 것이었다.

이튿날 식전이었다. 닐 공사는 갑판에 나와서서 초여름 아침의 상쾌한
바다 공기를 마시며 화산도의 정상에서 나부껴오르는 연기들 바다보고
있었다. 술은 이제 말짱 깼으나,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머리가 좀
무거웠다.

"그럴 수가 있는 것일까"
닐 공사는 혼자 중얼거렸다. 간밤의 일이 마치 거짓말같이 생각되는
것이었다. 악몽을 꾼 게 아닌가 싶었다. 그처럼 구체적으로 우선 지불할
배상금의 액수와 기일까지 알려와 놓고서 한밤중에 기습을 감행하다니.
아무래도 믿어지지가 않는 일이었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쿠바 제독이 다가왔다. 쿠바 제독은
한손에 길다란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 그 망원경으로 가고시마의 시가지
쪽을 쭉 한 번 훑듯이 바라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아침을 먹고나서 곧 포격을 시작해야겠어요"
그러나 닐 공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쿠바 제독은 닐 공사를 힐끗 보고서
다시 말했다.

"아침을 먹고 즉시 포격을 개시해야겠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