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화된 총격과 투석의 숨바꼭질,절망적인 빈곤과 기아의 연속속에
확대재생산된 증오와 유혈. 지난 수10년동안 세계인들이 갖고있는
이스라엘점령지역(가자및 요르단서안)의 이미지는 이러한 음울한 비극의
그림들이다.

총체적인 해결의 길은 여전히 요원하지만 오늘 미워싱턴에서 개막되는
제11차 중동평화회담은 어쩌면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줄 계기가 될수도
있다.

이스라엘정부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가 상대방을 서로 인정키로
했다는 29일의 이스라엘 라디오방송보도는 그게 만약 사실이고
워싱턴회의에서 공식으로 확인되기만 한다면 교착상태에 빠진 평화회담을
위해서는 물론 중동문제해결에 분명 커다란 돌파구가 될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한 이래 현재까지 5차례의 전쟁을 치른
중동지역에서 협상의 역사는 복잡하지만 상호간에 합법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며 이는 평화를 향한 가장 중대한 발전으로 평가할수 있다.

왜냐하면 협상에 임하는 협상의 파트너들이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도 원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의 워싱턴평화회담은 문제해결을 위한 올바른
출발점이며 동시에 라빈 총리가 선택한 현실노선의 승리로 평가할수 있다.

이스라엘이 종전의 강경노선에서 유화책선으로 선회한것은 미국으로부터의
원조(100억달러의 보증공여)와 국내 경제위기 때문이다. 사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수없이 치른 전쟁으로 국민생활이 핍박한 상태에 빠져있다.
더욱이 두 점령지역은 아무런 전략적 가치가 없는데다 오히려 테러의
온상이 됨으로써 이스라엘의 부담을 가중시켜왔다.

이번 협상에서 주목되는 것은 영토와 평화의 교환이란 새로운 개념의
시도이다. 이러한 새로운 평화도식이 처음나온것은 91년10월 포괄적인
중동평화문제를 다룬 마드리드회의였다. 마드리드회의 의결심은 없으나
교환개념은 라빈의 현실노선에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세계 여타의
분쟁지역에도 적용될수 있다.

냉전이후 다발하고 있는 민족.종교분쟁의 와중에서 나온 이번 합의는 밝은
뉴스이다. 중동평화의 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