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는 이제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되었다. 금융실명제의 실시
로 정치문화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실명제는 검은돈,
눈먼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가는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돈
많이 드는" 현 정치체제의 유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정 선거비용 이상으로 돈 쓰는 것이 제약을 받게 되어 자금과 조직에
주로 의존해온 기존 선거행태의 변화도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렇듯 실명제의 실시로 인해 정치개혁의 중요한 기초가 다져진 셈이다.
그렇지만 실명제가 우리 정치의 모든 병폐를 일시에 제거해 주는 만병
통치약이 되리라 생각하는것은 성급한 발상이다.

정치권을 비롯하여 일반 국민의 정치의식이 바뀌고 씀씀이를 줄이며 돈
덜들면서도 제대로된 정치를 펼칠수 있는 제도적 바탕과 풍토가 마련되지
않는한 한국정치는 결코 발전할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돈 안드는 깨끗한 정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며
또 돈의 쓰임새를 엄격히 규제하여 정치비용이 덜들어 가도록 하는 제도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특히 국회의원의 정치비용중 가장 큰몫을 차지하고 있는 선거비용과 조직
관리비용을 줄여주는 선거제도 및 정당 조직 운영의 혁신도 차제에 모색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것은 정치권 스스로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모습을
국민앞에 보여주는 일이다. 이념이나 정책을 통한 대결은 뒷전에 둔채 당리
당략에 얽매여 비생산적인 대립과 투쟁을 일삼아온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정책대결 중심의 새로운 정치문화를 가꾸어 나가는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을때 우리 정치는 일하는 일꾼으로서 제 위상을
되찾고 국민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으며 아울러 사랑받는 존재가 될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