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프리 드 로잔’(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본선에 한국 학생 14명이 올랐다. 본선에서 경쟁을 치르는 전체 무용수(86명)의 16%가 넘는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한국보다 많은 본선 진출자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17명)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는 13명이 본선에 참여한다.프리 드 로잔 조직위원회는 비디오 심사를 통해 선발한 본선 진출자를 11일 공개했다. 본선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 국적, 학교 등이 영어로 적혀 있다. 콩쿠르 참가 연령은 만 15~19세다. 한국 학생 14명 가운데 본선 진출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선화학교였다.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4명 등 모두 7명이 뽑혔다. 서울예고와 계원예고에서 각각 3명, 부산예고도 1명이 진출했다. 여성 무용수는 10명, 남성 무용수는 4명이다.본선 진출자 가운데 20여 명이 파이널 리스트(결선 진출자)로 선정되며 이 중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우승자는 많게는 8명까지 선정된다. 최종 우승자는 세계 유스 발레단에 견습단원으로 입단하거나 명문 발레학교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는다.한국인 최초로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1985년)이다.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인 서희,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등의 발레 스타들도 이 콩쿠르를 거쳐 갔다.이해원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주최한 KNSO국제지휘콩쿠르에서 독일의 시몬 에델만(사진)이 우승했다.11일 국립심포니는 전날 열린 제2회 KNSO국제지휘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에델만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언 실즈(미국)와 오스틴 알렉산더 차누(미국)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특별상과 관객상은 각각 알렉산더 차누와 에델만에게 돌아갔다.우승을 거머쥔 에델만은 결선 무대에서 브람스 교향곡 4번 1악장,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적 무곡’ 중 3악장, 드뷔시의 ‘바다’ 중 1악장을 지휘했다. 그는 현재 포그틀란트 필하모닉의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1년 안탈 도라티 국제지휘콩쿠르, 2024년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국제지휘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지휘자로서 입지를 다졌다.에델만은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 작업할 수 있어 가장 기뻤고, 모든 과정을 즐길 수 있었다”며 “훌륭한 지휘자로 기억되는 것보다 내가 연주한 음악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심사위원장 다비트 라일란트는 그에 대해 “능숙하고 노련한 지휘자”라며 “오케스트라에 대한 뛰어난 이해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으로는 국립심포니 예술감독인 라일란트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콜린 메터스(영국 로열아카데미 지휘자 과정 설립자), 커티스 스튜어트(작곡가, 전 그래미상 수상자), 미하엘 베커(뒤셀도르프 톤할레 대표) 등 각계 전문가 9명이 참여했다.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1000만원(세아이운형문화재단 후원)이며, 특별상은 각각 400만원(코리아타임스 후원)이다. 수상자들은 국립심포니, 예술의전당, 경기필하모닉 등의 무대
한평생 방랑한 한 화가의 얘기다. 연이은 전쟁으로 일본 도쿄와 부산을 옮겨 다녔고, 지독한 생활고로 이른 나이에 여동생을 잃었다. 두 차례 결혼과 이혼도 겪었다. 자기를 돌아보기 위해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곤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로 떠났다. 말년에 눈을 감은 곳도 고향이 아니라 미국 땅이었다.천경자 화백(1924~2015·사진)이 100년에 걸친 여행을 마치고 고향인 전남 고흥에 돌아왔다.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찬란한 전설, 천경자’가 그의 생전 생일이던 11일 고흥분청문화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삶의 고달픔을 꽃과 여성, 모성으로 승화한 그의 회화 58점을 중심으로 유품 등 총 100여 점을 전시한 회고전이다.이번 전시는 천 화백의 차녀인 수미타 김(김정희·70) 미국 몽고메리칼리지 교수가 직접 기획했다. 각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을 선정하고 관련된 사진과 친필 편지 등으로 설명을 보탰다. 김 교수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이 바치는 꽃다발이자, 화단의 거물로 거듭나 돌아온 작가를 고향이 맞이하는 잔치”라고 말했다.고흥의 풍경과 정서는 작가의 자양분이 됐다. 구수한 남도 사투리는 늘 그의 혀끝에 맴돌았고, 작업실에선 외할아버지한테 배운 판소리 가락이 흘러나왔다.작가의 본명은 천옥자다. 부모가 지어준 ‘옥자(玉子)’라는 이름을 버리고 거울처럼 살겠다며 ‘경자(鏡子)’라고 개명했다. 새로 지은 이름이 암시하듯 작가는 평생에 걸쳐 수십 점의 자화상을 남겼다.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길례언니Ⅱ’(1982)는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하얀 챙 모자를 쓴 여성 인물화다. 딸을 모델로 초상화를 그리던 작가는 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