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에는 앞으로는 양이라는 구호 아래 무조건 서양을 나쁘게
보고 배격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양이를
위한 양이,즉 소양이가 되지요. 이제부터는 소양이를 버리고, 대양이의
길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오쿠보의 말에 중신 한 사람이 약간 빈정거리는 듯한 그런 어투로 말했다.

"대양이라.양이에도 작은 게 있고 큰 게 있었나. 어디 대양이는 또 어떤
건지 한번 들어봅시다"
오쿠보는 그 중신을 날카로운 눈길로 한번 훑어보고는 자기의 말을
이어나갔다.

"대양이란 서양을 이기기위해서 쉽게 말하면 그들과 손을 잡는 양이지요.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그거예요. 그들 나라로 가서 그들의 학문을 익히고 기술을
샅샅이 배워 무기뿐 아니라 온갖것을 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서 부국강병
(부국강병)을 꾀한 다음에 그들과 맞서는 양이, 그것이 내가 말하는
대양이예요. 그런 길로 가야지, 지금의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양이를
부르짖어도 그들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겁니다. 바로 이번에 우리가
직접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대양이와 개국론은 어떻게 다르지요?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렇게 되면 막부의 노선을 비판할 하등의 이유가
없게되지 않겠소?" "막부가 가고있는 개국의 길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요.
막부의 개국론은 결국 서양 세력에 머리를 숙이고, 그들의 요구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잖아요. 불평등조약 따위를 체결하고 말입니다.
한마디로 굴복이죠. 대양이는 그게 아니라, 당장은 그들과 손을 잡는
체하고 겉으로는 웃지만, 속에 칼을 품고 있다 그겁니다. 호랑이에게
굴복하는게 아니라, 호랑이를 잡기위해서 굴속으로 들어간다 그거예요"
오쿠보의 말에 중신들은 이제 아무도 더 입을 떼려 하지않고, 천천히
고개들을 끄덕였다. 지당한 현실론이라고 공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중신들은 번의 정책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으고서 히사미쓰 섭정에게 건의를 했다. 오쿠보는 히사미쓰
앞에서 다시 일장의 대양이론을 펼쳤다.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있던 히사미쓰는 오쿠보의 변설이 끝나자 대뜸,
"좋아, 대양이로 가자구" 하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치 그런 진언이
있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던것처럼 기색이 활짝 밝아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