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기업의 역사가 짧은 우리는 여전히 소유주에
의한 경영이 흔하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이다. 많은 사람들은 마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만병 통치약"으로 생각
한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체제를 선택하여 50여년동안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험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패전과 함께 일본은 법인자본주의라
불리는 체제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른바 회사가 회사를 소유함으로써
전문경영인에 의한 기업지배가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일본의 회사지배 (corporate governance)는 경영진에게 막강한 힘이
주어지는 것이 특색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의 회사지배에 대한 반성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점을 고치기 위하여 올해 10월부터 개정 상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주주의 반란"이란 제목이 예시하듯 이 책은 일본의 회사지배가 가진
문제점을 파헤치고 있다. 특히 감시기능의 부재와 경영진에 의한 과도한
권력집중을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요컨대 이 책의 메시지는 국민으로부터 감시를 받지않는 권력이 쉽게 부패
하는 것처럼 체크기능이 존재하지 않는 회사지배는 문제를 가질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일본의 주식회사에서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는 기능이 얼마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감시기능의 부재가 필연적으로 경영진의 독주를 낳고 이것이 일련의
기업불상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감시기능의 문제점을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우선 제2장에서는
회사내 감시기능이 일본 기업에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감시시스템은 이원체제인 독일식과 일원체제인 영미식을 혼합한
것이다. 즉 이사회와 감사회로 분리하여 경영체크 기능을 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감사는 법률적인 권한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힘은 거의
갖고 있지 않다. 사장이 감사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있는 제도에서 감사가
사장을 체크하는 일이 있을수 없다.

제3장에서는 제기능을 다하고 있지못한 회계사에 의한 감사기능을 거론
하고 있다. 일본의 회계사는 기업의 준내부자로서 기업과 유착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한 회사와의 회계거래는 마치 권리금처럼 전임자로부터 계속적
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아래서 실질적인 감시기능이 수행되리라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제4장은 기업정보 공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내부정보에 은행이나
주요 주주가 먼저 접근하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관행으로 간주되고있다.
때때로 이같은 내부정보는 내부거래에 사용되기도 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일본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큰 움직임은 주주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91년의 미일 구조조정회의라는 외압에 연유하는 바도 크다. 상법개정
에 포함된 주주대표 소송권 보호,사외감사역제도의 도입등은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라고 볼수 있다.

물론 우리의 경우와 일본과는 많은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우리나라 기업을 보는듯한 착각을 갖는다. 다만 일본과
달리 우리기업은 소유경영인에 의하여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본의 전문경영진 체제나 우리의 소유경영진 체제는 감시
기능의 부재라는 비슷한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최선의 방법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체크기능을 제도화시키는 일이다.
이책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