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미국과 중국간 무역및 외교마찰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불법무기수출에 따른 미국의 무역제재,인권문제로 인한 미의회의
북경올림픽유치반대움직임, 중국상선의 불법화학물질적재여부를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등으로 지난 수주일에 걸쳐 미중관계에는 틈이 벌어져왔다.

지난 주말과 이번주초에는 양국섬유협상과 관련해 상호비난의 목소리가
불거져나왔고 미국의 대대만무기판매계획이 밝혀지면서 양국간의 틈새는
더욱 벌어지고있다.

지난 6월 미국의 대중무역최혜국대우(MFN)연장문제를 놓고 한차례 홍역을
치렀던 양국관계는 그후 최근까지 별다른 현안없이 소강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달말 중국이 미중무기협정을 어기고 파키스탄에 미사일기술을
수출했다는 이유로 미국이 10억달러상당의 대중무역제재를 발표하면서
양국관계는 다시 급랭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동안 물밑에 잠복해있던 여러 무역및 외교문제들이 지난 며칠사이
잇달아 수면위로 솟아오르면서 양국관계는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주말 중국이 금년말까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대미불법섬유수출
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의 대미섬유수출쿼터를 일방적으로 축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틀간의 미중섬유협상을 마친후 제니퍼 힐먼 미협상대표는 4일
"중국이 대만 홍콩 마카오등 제3국을 통해 우회수출하는 수법으로 쿼터를
초과해 미국에 섬유를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이 이같은 불공정무역행위를 즉각 시정하지 않으면 올연말로
끝나는 양국섬유협정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수출쿼터축소
가능성을 밝혔다.

이에대해 중국은 협상을 거치지않은 일방적인 쿼터감축은 있을수 없으며
미국이 그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면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중국 대외경제무역부는 제3국을 경유한 대미섬유수출은
국제상인들의 행위로 중국정부로서는 이들을 통제할 수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해 이문제가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양국은 지난 88년 체결한 섬유협정을 매년 갱신또는 수정해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에 60억2백만달러의 섬유를 수출,미국에 대해 섬유를
가장 많이 수출했다. 중국은 이중 24%에 해당하는 14억3천만달러치를
제3국이름으로 불법으로 미국에 선적했다고 미국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이 통상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만에 대한
신규무기판매로 인한 외교마찰까지 가세,MFN문제로 관계가 악화됐던 지난
6월에 비해 더 심각한 관계악화가 우려된다고 국제관계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

미국정부는 이달초 대만에 4대의 E-2호크아이 조기경보기를 판매하고
3척의 프리깃함을 임대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중국정부는
지난4일 주미중국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대대만무기거래는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와함께 무역.인권문제로 이미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양국관계에 새로운 문제 를 일으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외교마찰은 이번주 들어서 더욱 확대되는 양상을 띠고있다.
중국관영 인민일보는 5일 중동항구에서 입항을 거부당한 중국상선 은하호가
미국주장과는 달리 화학물질을 적재하지 않았음이 조사결과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정부의 대변인역할을 하고 있는 이신문은 이에 덧붙여
미국이 국제적 규범을 무시한채 국제경찰을 자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
했다.

이와관련,역시 관영인 신화도 6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패권주의로
국제정치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중국의 인권침해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전도 상호관계를 냉냉하게
만들고 있다.

미의회는 중국정부의 반체제인사에 대한 박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북경시가 신청한 2000년 올림픽유치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의회는 또 미정부로 하여금 중국의 올림픽유치신청
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대해 중국은 이 역시 부당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오는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00년 올림픽개최지를 선정할 예정인데
결과에 따라 미중관계는 큰 영향을 받을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시드니(호주)와 맨체스터(영국)를 물리치고 북경이 개최지로 선정된다면
미중관계악화가 더 이상 심화되지는 않을것이라고 국제외교소식통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경이 탈락될경우 중국은 탈락의 일부요인이
미국의 방해공작때문이라고 비난하면서 양국관계는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관측되고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양국관계가 악화되면 서로가 손해이고 상대적으로 일본
독일및 섬유수출국등 제3국들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보와 타협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대중첨단기술수출금지조치는 일본과 독일의 대중첨단기술수출만 늘려주게
될것이라고 미국은 인식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은 수일전에 이제재조치를 재검토할 용의가 있으며 중국이
좋다면 협상을 다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있다.

최근의 관계악화조짐과 관련,확실하게 말할수있는 것은 양국이 상호무역및
외교보복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자제하고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는 점이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