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메이천황은 양이친정이 조정의 시책으로 채택이 되고, 그를 위한
야마토 행행이 결정되어 공표되자, 내심 몹시 곤혹스러웠다. 물론 그런
결정은 최종적으로 자기가 재가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존황양이파에
속하는 중신들의 밀어붙이기식의 압력에 못이겨 마지못해 도장을 찍었던
것이다.

고오메이천황 역시 누구 못지않은 양이론자였다. 서양 세력을 물리치는
게 일본의 당면한 기본과제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일을 막부의 힘에
기대하는 터이지, 천황인 자신이 앞장서서 실천할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양이친정은 곧 막부 타도전으로 이어질 터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매부와 싸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쇼군 이에모치에게 출가한
여동생 가스소미야 공주가 가련하고, 오라비로서 면목이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또 그는 양이론자이기는 하지만,막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천황인
자기에게 귀일시키려는 그런 야망은 품고있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황실과
막무가 권력을 적절히 공유하는 공무합체 체제로서 양이에 임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오메이천황은 공무합체파의 중신이며 황족인 나카가와미야
(중천궁)에게 곤혹스러운 자기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은밀히
지시를 내렸다.

"짐(짐)이 양이친정과 야마토 행행을 재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마지못해
그랬던 것이오. 그런 일을 시작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하오.
그러니까 그일을 연기했으면 좋겠소. 짐의 의중을 헤아려서 귀공이 잘
계획을 세워 일을 처리해 주기 바라오.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예,알겠습니다. 폐하,아무 염려 마십시오"
양이친정의 결정에 대하여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나카가와미야는
속으로 얼씨구 잘되었다, 싶었다. 그래서 그는 즉시 고노에다다히로
(근윙충희), 니조나리유키(이조제경)등 공무합체파의 중신들과 모의를
하여 천황의 양이친정을 밀어붙여서 재가를 받아낸 존황양이파의 중신들을
조정에서 몰아내기로 했다. 요즘 말로 친위(친윙) 쿠데타인 셈이었다.

며칠뒤 거사는 이루어졌다. 꼭두새벽에 공무합체파의 중신들만 참내
(참내)하여 아홉 개의 궁궐 대문을 폐쇄해버린 다음 어전회의(어전회의)를
개최했다. 그리하여 천황의 양이친정을 위한 야마토 행행을 무기연기했고,
존황양이파 중신들의 국사참정(국사참정)을 금지시키는 비상조치를 만장일치
로 결의했으며 천황은 즉석에서 재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