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가을운동회가 바뀌고 있다.
청.백군으로 나뉘어 기마전.덤블링.곤봉체조.매스게임 등을 펼치고, 이어
달리기를 비롯한 몇몇 육상종목에서 우열을 겨루던 획일적인 가을운동회가
비석치기.널뛰기.굴렁쇠굴리기.차전놀이.긴줄넘기.민속무용.농악 등 우리
의 전통놀이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일에 열린 충북 청원군 오창국교 `가을맞이 한마음 큰잔치''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청.백군 대신 마을별로 호랑이.독수리.사자.곰팀으로
나뉘어 `겨루고 보이는'' 운동회가 아니라 `즐기고 참여하는'' 한마당 잔치
를 가졌다.
이전의 운동회가 한달여 동안 학생들을 뜨거운 햇볕 아래 끌어내 연습
시킨 뒤 학부모와 지역유지를 초청해 보여주던 것이었다면, 이번 잔치에
서는 학생들은 평소 동네 골목에서 갈고닦은 비석치기.굴렁쇠굴리기 등
의 재주를 뽐냈고, 어머니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널뛰기와 긴줄넘기
를, 아버지들은 제기차기와 줄다리기를 하는 등 각각 10여종목의 전통놀
이를 즐겼다.
마을별로 할아버지.할머니 응원단이 구성돼 북과 꽹과리.장구 등으로
아들과 며느리.손자.손녀를 응원했고, 손자들의 농악 시범 때에는 흥에
겨워 운동장으로 뛰쳐나와 춤을 추는 등 마을 대동잔치를 실감하게 했다.
오창국교 김덕진(55) 교감은 "협동심을 길러준다는 명목 아래 집단체
조를 벌이는 운동회는 일제와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라며 "학부모들에
게는 익숙한 민속놀이를 학생들은 마치 외래문화의 하나처럼 생소하게 느
끼던 모습이 안타까워 이런 운동회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뿌리찾기 작
업의 하나로 해마다 민속놀이 잔치를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