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대형건설업체들이 실명제 실시이후 자금사정의 악화를 이유로
그동안 현금으로 지급해 오던 노임성 공사대금마저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하도급업체들은 추석을 앞두
고 현장 노무비 지급이 어려워지자 사채시장을 찾고 있으나 할인이 잘
되지 않아 임금 체불 및 도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 한신공영, 벽산건설 등 상당수 대
형건설업체들은 하도급 대금 가운데 노임성 대금 등의 경우 현금으로
지급해 왔으나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는 어음으로 결제하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형건설업체들은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받아
놓고도 하청업체들에게는 자금난을 이유로 어음으로 주는 횡포를 부리
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하도급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3조에는 원사업자가 발주처로부
터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았을 경우 15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게
현금결제를 반드시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일반건설업체들은 통상 하도급대금의 30% 정도는 노무비 등으로 인정,
현금으로 지급해 왔으며 나머지 70%는 어음으로 지급해 왔다.

철근콘크리트 전문업체인 K사의 이모사장은 "실명제 실시 이후 사채
시장이 마비되면서 어음할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대형건설 업체들이 노임마저 어음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명제 실시와 추석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업체들이
가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시기에 대기업들이 일방적으로 대금지급 방법
을 바꿔버리는 바람에 당장 현장 인부들에게 줄 노임을 마련하지 못해
막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현장 노무비를 못주면 인부들이
현장 폭력을 휘두르는 사태마저 발생할 수 있다"며 "대기업들은 그나마
제도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우리같은 영세기
업에 짐을 떠넘기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