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는 그것이 탄생된 고장에 있을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1970년
유네스코가 "불법반출된 문화재는 원래의 소유국에 반화되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유엔이 그것을 재확인한 것도 그때문이다. 그전에
수없이 많은 문화재들이 탄생지를 떠나 "인류의 공유재산"이라는 명분아래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그들 문화재에 슬픈 운명을 안겨준 것은 강대국의 침략전쟁이다.
문화재를 가장 많이 강탈당한 나라는 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와 이집트다.
이들 두나라는 고대의 흥융과 영광이 사라진뒤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그리스는 로마와 터키, 이집트는 로마와 프랑스 영국 독일의
지배내지는 침공을 받으면서 수많은 문화유산을 약탈당했다.

지금도 로마와 파리 런던의 거리에서 고대 이집트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는
오벨리스크를 볼수 있고 루브르미술관이나 대형박물관에서 고대그리스와
이집트의 문화유산들로 가득 채워진 전시실을 관람할수 있는 것이 역사의
살아 있는 징표다. 고대그리스정신의 정화인 파르테논신전만큼 비극적인
길을 걸은 문화재는 없다. 1687년 터키-베네치아전쟁때 포격으로 거의
폐허화된 뒤 그 잔해마저도 대영박물관을 비롯 루브르미술관과
아크로폴리스미술관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으니 말이다.

지난 80년대초 당시 그리스의 여배우출신 문화부장관이었던 멜리나
베르쿨리가 대영박물관에 들러 그곳에 전시된 파르테논신전의 비운을
보고 눈물을 흘린 끝에 그리스문화재 반환운동에 앞장섰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파르테논신전이 돌아오길 기다리다 지친 그리스인들은
6년여의 공사끝에 지난해말 복원시키기에 이르렀다.

가깝게는 2차대전중 독일과 소련이 일진일퇴를 하면서 상대국의 문화재를
대량 약탈한 결과로 오늘날에도 그것들의 반환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일제 강점기에 무려 3만여점의 문화유산이
강탈 유출되어 현안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127년전 병인양요때
프랑스군에 약탈된 외규장각고문서들이 되돌아 오게 되어 문화재
고향찾기운동에 실마리를 풀어 놓았다. 문화재 원산지반환의 새
국제질서에 이정표를 세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