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실시로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는것은 역시 중소 영세기업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연구원(KIET)과 한은이 조사한 최근의 실물경제동향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실명제실시이후 발생한 부도업체중 75%가 종업원 20인
이하의 영세업체였다. 그중에서도 제조업 도매업이 각각 38%씩 차지해 산업
의 실핏줄이 경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남대문의 의류,용산 청계천의 전자
등 전문도매시장은 매출이 70%나 감소했다.

이 조사결과는 실명제의 향후 중점과제가 중소 영세기업을 고사시키지
않는 일에 있음을 제시해주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의 허약한 체질이 실명제충격을 이겨내도록 하는 치유방법은
약물투약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도 심리적안정을 찾아주는것이 더 중요한것
같다.

지금까지의 약물투약은 상당한 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서히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한계세액공제금액을 늘려주고(연간 매출액 3,4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공제혜택도 과세특례자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확대해
주었다.

중소기업을 위해 긴급지원된 1조2,000억원 규모의 각종 자금중 긴급운전
자금은 37%(4일현재), 경영안정자금은 61%의 소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중소 영세업체들은 아직도 부도의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실명제라는 새환경에의 적응이 대기업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심리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영세업자들이 실명거래에 갖는
불안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세원이 그대로 노출되면 세부담할
능력이 사실상 없다. 매출을 10%정도밖에 신고하지 않으면서도 겨우
연명을 해가고 있는터에 매출신고를 꼬박꼬박 한다는것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도 같은 것이다. 그동안의 무자료거래관행도 너무 오래
자리잡혀 하루아침에 털어 버릴수도 없다. 세금엔 뿌리깊은 공포증을 갖고
있다.

영세기업도 지금은 날이 갈수록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조짐은 보이고
있다. 무자료거래은폐를 위한 기업간의 직접 어음교환으로 은행수탁보관
어음이 크게 줄어들었던 것도 지금은 80%선까지 회복하고 있다. 지난 31일
발표한 실명제보완대책도 불안감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중소 영세기업은 산업의 풀뿌리요,실핏줄이다. 이들이 고사된다면
실명제의 명분은 빛을 잃게된다. 이 큰타격없이 새환경에 잠적을 해야만이
실명제가 성공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